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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권하는 책] 모두가 함께 읽는 성희롱 이야기 – 박희정의 만화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 하겠어’

 


 




 




검찰에 근무할 때 지청의 모든 직원이 모여 성희롱 예방교육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인기 있었던 개그우먼 강유미, 안영미가 나와 어느 상황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콩트 형식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용을 재밌게 구성하려고 한 의도는 알겠지만, 수강자들에게 성희롱이 하나의 웃음거리 소재로 밖에 다가가지 않는 것 같아서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제도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가 되었지만, 성희롱 예방교육의 장에서 그 상황들은 희화화되기 일쑤였다. 남성들은 잠재적 가해자 취급당한다고 불쾌해하고, 여성들은 복잡한 맥락이 빠진 채로 진행되는 성희롱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꼈다.

 

이 책은 그런 답답함을 해소해준다. 성희롱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만화의 형식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성희롱이라는 법적 개념에 관한 단순한 해설서를 넘어,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성희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성희롱에 대한 인식차이가 발생하는 권력구조에 대한 고민도 살펴본다.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건 등 성희롱이 법적 개념으로 인정되고, 법제화되기까지의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직장 내 성희롱의 문제와 피해자의 고통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그 당시 한국사회에 ** 파장과 논쟁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성희롱이 법제화된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공직자의 성희롱 사건을 둘러싼 논쟁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사건 등 2차 가해 문제도 담고 있다.

 

성희롱이 제도화 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척박하다. 성희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의 ‘피해의식’으로 치부해버리거나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 바로 며칠 전에도, ‘교장 성희롱’ 등에 대한 민원을 낸 초등학교 여교사들이 되레 징계를 받아 논란이 되어 경기도교육청이 재감사를 통해 ‘해당 교사들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는 결론을 냈다는 한겨레신문 기사를 읽었다. 성희롱에 대해 체념하고, 침묵하고, 말 꺼내기 두렵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다.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직장 문화 속에서는 그 누구도 성희롱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이라면, 가해자/피해자를 넘어 침묵을 깨고 성희롱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 보자. 그 시작의 좋은 길잡이로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글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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