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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만들어진 신 – 장서연 변호사


 


 



2007년 말, ‘TV 책을 말하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올해의 책(사회분야)으로 선정된 이 책이 나에게 각별하게 다가온 이유가 있다. 2007년 말, 종교적 비합리성이 개인의 신앙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정치·사회·인권문제에까지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조찬기도회, 성시화운동본부, 한기총 등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조항을 삭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이들은 동성애를 ‘죄악’으로 동일시하고,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확산을 막으려는 모든 건전한 노력을 금지시키며, 결혼율의 감소, 저출산 문제, 직간접적인 AIDS의 확산 등 사회병리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협박을 하였다. 이들의 ‘동성애자 차별의 당위성’은 하나 같이 성경이었다.


 


“설마 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시켜달라는 기독교 단체의 요구를, 기독교 국가가 아닌 한국의 정부기관인 법무부가 수용할까”하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법무부는 이들의 요구대로 성적지향 등을 삭제한 최종안을 확정하여 국회에 상정하였던 것이다. 국교를 불인정하고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선언한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일부 종교 세력에 굴하여 종교적 맹신을 이유로 한 인권침해를 묵인하겠다는 태도는 섬뜩한 충격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차별금지의 기본법 입법과정에서 말이다.


 


종교에 대한 나의 회의는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내 종교는 기독교였다. 그런데 친구를 따라간 여름 수련회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 사탄의 음악이라는 목사님의 발언을 시작으로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다. 남성우월주의나 가부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설교나 교리 내용은 내가 믿는 대상에 대한 회의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근본적으로 나는 왜 하나님이 ‘아버지’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 마음대로 하나님 ‘어머니’에게 기도하던 날 밤의 생경함과 해방감, 한편의 두려움과 죄의식이 섞인 감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의심이 많으면서도 오랫동안 내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썼던 이유는,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도, 나 개인적으로도, 종교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나에게 말한다. 의도를 갖고 모든 것을 설계하고 창조한 초인적, 초자연적인 지성, ‘인격신’의 존재는 없다. 신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아도 인간은 충분히 선하고, 도덕적이고, 행복할 수 있다. 인간의 우정으로, 인본주의로, ‘무덤 너머의 또 다른 삶을 믿지 않는 현실 세계의 생명의 사랑’으로 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다.


 


종교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신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인정하기에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글_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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