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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영화] 커밍아웃의 기적 – 다큐멘터리영화 <종로의 기적>





 


내가 공감에 와서 변한 것이 있다면 카메라를 대하는 태도이다. 평범하게 살아온 내 인생에 신문이나 방송 카메라는 낯선 것이었고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공감에 오고 나서는 내가 진행 중인 사건이나 소송과 관련한 짧은 인터뷰에서부터, 공감을 홍보하거나 약간은 개인적인 인터뷰까지 해야 했다. 요즘도 솔직히 편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의무감에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응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때도 마치 내가 찍힌 것 마냥 불편할 때가 있다. 전문연기자가 아닌 일반인(?)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그들은 왜 카메라 앞에 섰고, 감독은 왜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나. 거기에 내가 아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면 재미도 있지만 더 긴장하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제작한 이혁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도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종로의 기적>은 4명의 게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감독인 소준문,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이자 G-voice 단원인 영수,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활동가 병권,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동인련 회원이자 에이즈 인권활동가로 사는 정욜이 그 주인공들이다.


 


병권과 정욜은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에이즈예방법 개정운동을 통해 알고 지내던 활동가들이었는데, 오래된 친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큰 스크린을 통해 그들을 만나니 새삼 새로웠다(솔직히 말하면, 둘 다 화면보다 실물이 낫다.^^). 잘 몰랐던 그들의 직장 이야기, 집, 단체 사무실에서의 모습들과 집회 현장에서 유인물을 나누어주다가 우연히 대학교 동창을 만나 커밍아웃하는 장면, 기자회견 하다가 연행되는 장면까지. 때로는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은 어떤 용기로 자신의 삶을 보여주어야 하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로 결심했을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인권운동이 곧 삶인 그들에게 영화 출연도, 아마 하나의 운동이지 않았을까.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친구사이 회원이자 G-voice 단원인 영수 이야기. 그는 경북 영주 출신 ‘시골 게이’다. 고립되어 있던 그는 친구사이 커뮤니티를 만나면서 자칭 ‘게이 인생의 황금기’를 맞는다. 그 중에서도 게이 코러스 G-voice 공연을 위한 연습과정, 짝사랑이었던 첫사랑과의 재회, 그리고 G-voice 공연 날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그의 황금기를 이 영화가 담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청년 이야기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 영화감독 소준문의 이야기. 나는 이 영화를 2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번은 인천인권영화제에서, 또 한 번은 영화가 완성되기 전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였다. 완성되기 전 영화를 봤을 때는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인물이 소준문 감독이었다.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현장을 장악해야할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위축된 모습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나서는 그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다. 군대에서 그가 겪어야 했던 일들,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는 그의 변화를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만든, ‘연분홍치마’의 이혁상 감독. 이 영화가 첫 장편영화라고 하는데, 첫 작품인 이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메세나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0년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내가 그에게 가장 감동한 것은 이 영화의 감독으로서 과감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하고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커밍아웃한 주인공들처럼, 그의 용기에 지지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종로의 기적>은 2011년 6월에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글_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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