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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과 함께 보는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 – 장서연 변호사


 


 


황윤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


 


– 우리 주변 야생동물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야생동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나, 기린, 얼룩말, 코끼리, 하이에나, 물소떼 등이다.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나도 법학전공에 대한 회의로 진로를 방황하던 대학교 1학년 때 무렵, 아프리카를 누비는 야생동물들의 수의사를 꿈꾼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이미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야생동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산과 강기슭에 살고 있는 삵, 고라니, 너구리, 꽃뱀, 청개구리, 남생이 등등…


 


우리 주변의 ‘야생동물들’, ‘도로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기록



이 작품은 인간의 도로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들에 대한 기록이며, 이러한 살생을 줄이고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 작품을 보면, 한국 사회의 ‘삶의 속도’에 대하여, 명분 없는 ‘개발’이라는 가장아래 행해지는 ‘자연파괴’, ‘야생파괴’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게 되고, 작년 한해에만 상당히 많은 과속딱지를 뗀 내 경험도 반성하게 된다.


 


도로에서 죽어간 셀 수 없이 많은 야생동물들. 그 중에는 지리산 부근 88도로가 고향인 삵 ‘팔팔이’도 있고, 산기슭에서 물을 마시러 강기슭으로 가던 너구리 커플도 있고, 뱃속에 ** 7마리를 잉태하고 있던 고라니도 있었다. 그리고 두꺼비 ‘섬’자를 딴 섬진강 부근 국도는 여름철만 되면 두꺼비들의 무덤이 되고, 새들은 그것을 먹기 위해 내려오다가 차에 치인다고 한다. 이러한 죽음들을 방치하는 것은 너무 ‘반윤리적’이지 않은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단순히 야생동물통로만 만들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간들은 도로를 더 늘리겠다고 한다.


 


한국에만 고속도로, 지방도로, 민자도로 등등을 포함하여 10만KM가 넘는 도로가 건설되어 있다. 이는 한반도 남한에만 사방 1제곱킬로미터 면적 안에 1킬로미터 길이로 도로가 있다는 얘기이다. 즉, 한국의 도로밀도는 이미 지나치게 높다. 1제곱킬로미터로 행동반경이 좁은 너구리조차도 하루에도 여러 번씩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는… 도로를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0년까지 도로를 20만KM로 늘리겠다고 한다. 서울도심 한복판의 교통체증, 경부고속도로의 서울 진입부근 정체, 명절 때 귀향길 교통체증,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면,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녹색연합에 의하면 중복도로건설로 인해 9조원의 예산이 낭비가 되었다고 한다. 전국에서 가장 교통량이 적은 88도로를 확장하고,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 섬진강 19번 국도도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확장한다고 한다.


 


야생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우리는 예산낭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야생동물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수 만년, 수 억년 전부터 그곳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야생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먼저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란 작품을 꼭 봐달라고 권해주고 싶다. 도로 위 야생동물들의 주검이 너무 끔찍해서 못 볼 것 같다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감독의 신중한 시선 때문에 그 흔적들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끔찍해서 못 볼 정도의 화면들은 피한 것 같다.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주변의 야생동물의 ‘삶’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황윤감독의 2006년 작 <어느 날 그 길에서>와 인간의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살아가야하는 ** 호랑이 크레인의 이야기를 찍은 2001년 작 <작별>은 공동체상영신청을 받고 있다.


 


 


 


** “공동체 상영”은 학교, 단체, 모임 등이 제작사에 영화 상영을 신청, 각 단체가 직접 상영회를 열어 영화를 관람하는 상영 방식이다. www.OneDayontheRoad.com



* 88도로가 있던 자리가 고향이었던 삵 “팔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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