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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개미변호사의 공익 활동기

1. 1년차 변호사 생활을 과감히 되돌아 보며 얼마 전 소라미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리 집사람을 소개시켜 준 중매쟁이에, 사법연수원 사회보장법학회 및 스터디 동기이며, 아름다운재단 공감의 일원인 이 친구가 지금껏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난데없이 전화를 해서 너스레를 떨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며 정탐을 하더니 역시나 본색을 내세우며 공익변호사활동에 대해서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인연이 각별한지라 거절도 못하고 승낙은 했으나, 막상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자니 영 내키지 않다가 마감에 임박해서 자판기를 두드린다. 왜 이렇게 글쓰기가 싫을까 자문해보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기 때문이다. 33기 사법연수생으로 올해 개업을 해서 여기저기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공익변호사로서 글을 쓸 만큼 활동을 했는가에 대한 자책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에 대한 매듭과 더 나은 1년을 준비하고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으로 과감히 내가 보낸 시간들을 정리해본다. 2. 참여연대의 작은권리찾기와 함께 내 전문 영역을 쌓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내의 ‘작은권리찾기’에 거의 빠지지 않고 매달 회의에 나갔다. 1년을 돌이켜보니 사법연수원을 갓 나온 신출내기 변호사로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어 큰 도움을 준 바 없지만 올 1년 동안 ‘작은권리찾기’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용소비자문제(통합도산법안, 개인채무자회생법, 신용소비자보호법안, 이자제한법안 등), 집단소송법안, 개인프라이버시보호법안 등의 의제에 대해 주어 듣게 되었고, 그 가운데 특히 카드남발 등 약탈적 대출에 의해 발생하게 된 신용소비자들의 곤궁에 대해 알게 되었다. 10월부터는 명동신용회복위원회 앞 노상(?)에 매주 나가 이른바 신용불량자들을 상대로 법원에 의한 채무조정안인 소비자파산 및 개인회생 전도사가 되어 신용불량자들에게 채무조정을 해주고 있다. 3개월 정도 소비자 파산과 개인회생에 대해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아는 티를 내고 있다. 3. 내가 맡은 공익 소송들 – 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보이고 또한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 소개로 들어온 사건으로 기억나는 것은 재외국민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서재오 국가배상소송 사건’과 간첩침투방지를 이유로 집 앞에 불법적으로 쳐놓은 강원도 양양의 ‘해안 경계 철조망 철거소송’이다. ‘서재오 국가배상 소송 사건’은 서재오씨가 호주에서 재판절차 없이 교도소로 이감된 상태에서 계속적으로 시드니 재외공관에 보호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외교적 보호조치를 못 받은 상태로 9개월간 강제구금당한 사건으로, 재외공관의 외교적보호의무의 부작위에 대해 국가배상소송을 하였다. 1심에서는 비록 패소했지만, 해외에서 위급한 사고를 당했을 때 비상연락 할 외교통상부 영사콜센타와 재외국민보호센타가 생겼고 국회에서 현재 입법화되고 있는 재외국민보호법안을 볼 때마다 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양양철조망철거소송은 국방부 법무관들의 전폭적인 관심으로 준비절차에 대령, 중령, 소령, 중위 5명이 참석하여, 증거를 제출할 시간을 달라며 재판부에 추정요청을 해놓고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슬슬 싸움을 걸어볼 시기가 되는 것 같다. 4. 성매매여성에게 법률 상담을, 재소자에게 인권 강의를 11월부터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권정순변호사의 소개로 성매매여성의 법률상담을 위해 다시함께센타에 매주 한번씩 법률상담을 나간다. 여성부와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로또복권기금의 일부가 법률지원기금으로 조성되어 사무실 운영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그 밖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공익소송위원회에 1달에 2번씩 회의에 참석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 들으며 나의 공익소송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영등포구치소에서 구타를 이유로 한 재소자의 국가배상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청송교도소에 재소자 인권강의도 나갔다. 1년을 돌이켜 보건데 여기 저기 제대로 일처리도 못하면서 능력에 맞지 않게 많은 일을 벌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편으로 이 정도라도 공익소송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개업변호사였고 공동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변호사로서 공익활동은 특별한 능력보다도 일단 열의를 가지고 끼어 들어가 무슨 할 일이 있는지 찾아보려는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5. 우리 집사람은 나를 ‘개미변호사’라 부른다 여기 저기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끊임없이 사건을 물어온다고 해서 개미변호사라 한다. 지난 1년 동안의 공익활동이 나에게는 공익활동과 함께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참여연대에서 챙긴 신용소비자보호문제가 소비자파산 및 개인회생업무를 익히게 된 계기가 되어 지금은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고, 동기변호사를 통해 우연히 나가게 된 다시함께센타의 성매매피해여성법률지원이 조그만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은 별로 없고 주말에도 나가 일해야 하는 고통은 있지만 연수원을 갓 나온 신출내기 변호사로 이 또한 생존의 수단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내년에는 활동의 외연을 넓히기 보다는 맡은 역할에 보다 충실하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심연을 깊이하는데 노력하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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