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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염형국 변호사

 공변의 변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 ‘가정폭력은 폭력이 아니다?’


염형국 변호사 –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1998년 7월 가정폭력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가정폭력은 사적 문제에서 사회적 범죄 영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남의 집안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현행 가정폭력특별법이 아직까지도 현실에서 적절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가정폭력특별법의 시행으로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개입이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2004년 초에 여성부가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경찰에 신고한 여성이 11.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정폭력이 사회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하여 여성들이 신고를 꺼리게 되고,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초기개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그만큼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 곪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의하면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된 21세기에도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여전하여 여성 6명 중 1명꼴로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의 ‘가정폭력과 여성건강에 대한 다국적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가정폭력은 남녀 불평등의 결과로 각국에 가정폭력에 대한 사법적 처벌과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구제·지원 정책의 제도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청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정폭력 발생건수는 2003년을 정점으로 하여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정폭력 상담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발생건수가 외형적으로 줄었으나 내용상으로는 허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전북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가정폭력이 원인이 되어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경우에 그 행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갖가지 견해들은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가정폭력으로 한계 상황에 이른 가정이 적지 않지만 ‘남의 가정사에 왜 끼어드나’라는 사회관념과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리하여 가정폭력으로 인해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가해자를 죽이든 아니면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서 계속하여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초기시점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가정 내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경찰의 초기 대응 강화와 피해자의 보호 강화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 하는 가정폭력방지법의 개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하면 주저 없이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적 기반-예컨대 가정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취업지원, 보육지원, 이혼소송 지원 등-을 마련하여 피해여성이 가정폭력 초기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하여야 한다.


전국의 가정폭력상담소는 2005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211개소, 쉼터 48개소로 가정폭력 방지법이 시행된 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이러한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가정폭력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한편으로는 정책입안자들에게 가정폭력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가정폭력을 ‘남의 집안일’이 아닌 사회문제로 보는 사회적 의식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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