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 국제인권

필리핀의 인권 실태를 점검하다! – 9박 10일간의 필리핀 진출 한국 기업 실태조사

  수년간 해외투자 한국 기업의 인권 및 환경 침해를 감시하는 해외한국기업감시 네트워크 활동을 계속해온 공감은 올해 이 네트워크의 제안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및 법령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현재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인권 침해를 자행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고 체계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현지 조사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근거하여 올바른 대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연구로 현직 교수, 변호사,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기존의 현지 조사 보고서, 언론보도, 제보, 인터넷 자료 등을 취합, 정리하는 사전 작업을 진행한 이후 해외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는 현지의 실태조사를 위해 연구진은 세 팀으로 나뉘어 세 국가를 선정, 방문 조사하기로 하였으며, 사안의 심각성, 접근 가능성 등을 고려해 우즈베키스탄, 버마, 그리고 필리핀 세 지역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공감은 기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좋은기업센터의 유 정 팀장님과 함께 8월 7일, 9박 10일간 필리핀 실태조사를 다녀왔습니다. 

 

 필리핀은 한국 기업 진출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진출해 있는 기업의 수가 많고 그 종류도 다양하여 다양한 분야의 기업의 상황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단체들이 있어 현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번 실태조사 중에도 현지 일정을 코디하는 데 그들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닐라에 위치한 노조 단체인 CTUHR(Center for Trade Union and Human Rights)와 카비테에 위치한 WAC(Workers’ Association Center)의 도움으로 현지의 많은 노동자와 단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지 한국 기업 필리핀 노동자들 인터뷰

 

 또한, 연구의 중립성을 지키고 최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필리핀에 진출해 있는 대부분의 기업과 기업 관련 공공기관, 현지의 공공기관 등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 일로일로(Iloilo) 주 Jaro 교구의 Angel Lagdameo 대주교와 면담

  

 시간적, 금전적 이유로 쉽게 할 수 있는 현지 조사가 아닌 만큼 짧은 기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려다 보니 마음이 급해 9박 1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약 40개 단체 및 기관을 만나는 폭풍 같은 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며칠 간은 현지의 다양한 노조와 단체와의 면담을 통해 현재 필리핀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으며, 현지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고, 과거 우리나라 ODA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거권 등의 기본 권리를 침해당한 취약 계층과의 면담을 통해 이들이 처한 현실을 조사했습니다.

 

   노동자들 외에 현지 고용노동부, 인권위원회, 선주민청 등 공무원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한국 기업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현지 변호사들과 노동 전문 교수들을 만나 필리핀 내에서 노동자의 권리 및 현지에서 적용하는 다국적기업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해 배웠고, 카비테, 수빅 등 경제 특구 지역의 지역 담당자 등의 실무자와 시의원 등과의 면담을 통해 정책 입안 시 직접 반영되는 사항 및 반영되어야 할 사항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인들을 만나 가톨릭계에서는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현지 한국 기업 자문가, 하청기업, 현지에 진출해있는 기업가와 투자자들을 만나 사용자 측의 입장에 대해 정리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개별 사례로는 우리나라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을 통해 진행되는 다목적 댐 사업에 있어 선주민들과의 짧은 간담회와 해당 시의 시장, 선주민 대표, 지원 단체, 집행 공무원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미팅을 통해 댐이 건설된다면 마을 일부가 수몰되어 선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잃게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 당사자들이 의견을 낼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문제를 파악해, 사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 선주민청(National Commission on Indigenous Peoples)과의 만남

  

 

 열흘이라는 시간은 필리핀 내 한국 기업의 현황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으나 하루 평균 4~5개 회의로 이루어진 강행군을 통해 필리핀에서도 역시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위험물질 취급 업체의 공정안전관리, 기업의 노동자 노조 결성 방해, 한국 기업 하청 기업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기업과 비교한 한국 기업의 특징에 대한 질문에 있어 ‘신체적 폭력과 인신공격’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선주민들과의 간담회

  

 

 한편, 연구와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노동자 뿐 아니라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고, 이에 필리핀 내 많은 한국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대부분 답이 없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여 기업을 충분히 실제 그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서는 충분히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 전문가, 실무자 등의 이해관계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조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 버마와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온 다른 연구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사례 비교 등을 통해 해외 한국기업의 원활하고 올바른 활동을 돕기 위해 법과 제도 개선, 대안 제시 및 관련 교육 자료 마련을 위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글_김진 공감 연구원(뉴질랜드 변호사)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