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후기 – 한국성폭력상담소의 1호 상근변호사로 살아보기_이도경 변호사(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소와 함께 시작한 공변 생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처음 만난 것은 로스쿨 2학년 여름방학 실무 수습을 할 때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로스쿨에 갔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관련 활동들을 열심히 찾아서 했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연을 맺게 되었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의 공익펠로우로 공익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상담소와 함께 2년간 여러 활동들을 했습니다.
계속 함께할 길을 찾다
공익펠로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끝나갈 무렵, 저는 계속해서 상담소의 활동가이자 변호사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서울대학교에서 급여를 받으며 일종의 반상근 파견 형태로 일을 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상담소에서 상근변호사로 일을 한다는 것은 상담소가 이제까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변호사-활동가의 자리를 만들고 1명의 급여를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2년 차 공변 이었던 저는 상담소에 자신 있게 “1인분의 몫을 할 테니 자리를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습니다. 상담소에서도 급여 마련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에게 계속 같이하자, 라고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공감&나우의 공익변호사자립지원사업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상담소와 함께했던 활동들과 앞으로 함께할 활동 계획이 비교적 명확했기 때문에 지원사업에 신청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이 원활했다고 생각합니다.
자립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1호 상근변호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법률팀으로서의 활동들
‘상근활동가’가 되면서 상담소에서는 ‘법률팀’을 신설하였습니다. 기존에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 업무를 주로 하는 여성주의 상담팀과 함께 팀 회의도 하고 기획 사업들도 함께 하였었는데, 사건 지원 업무뿐만 아니라 상담소의 법 정책 영역에서의 활동에도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상근변호사 1인으로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1인 팀 체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고 이런저런 고민도 많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존에 하던 피해자 지원 업무도 놓치지 않으면서, 토론회 발제나 기획, 외부 연대 활동들도 활발히 하였습니다.
상담소의 상근활동가로서 녹아들기 위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상근활동가들이 공통으로 맡는 업무들(전화상담 부스에서 상담 전화 받기, 쉼터 숙직하기 등)도 함께하였고, 기존에 사무국이 담당하던 로스쿨 실무수습을 법률팀이 맡아 하기로 하였습니다. 상담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건 지원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법률 지식을 강의하는 ‘활동가 법률교육’을 연 3회 진행하였는데 평이 좋아 뿌듯한 사업이었습니다.
2년간 변호사이자 활동가로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활동했습니다. 풀지 못한 숙제 같은 아쉬움도 남아있지만, 후회는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시민사회단체에서 첫 상근변호사로 일할 변호사님들께도 자립지원사업이 시작할 용기를 줄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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