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가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인신매매방지법, 성매매처벌법 고려한 형법 289조 적용 필요
인신매매방지법 개정취지 고려 없는 불기소처분 문제
2024년 1월 말, 경남경찰청이 ㄱ지역에서 불법성매매 단속 중 태국 국적의 이주여성피해자들을 발견하였고, 지역의 성매매피해자지원기관으로 연결하였다
관련 활동소식: 이주배경 피해자의 취약성과 특수성 고려한 지원 체계 필요 – 성매매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활동 중간 보고
경찰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그 중 한 명인 피해자 A는 전남 ㅁ지역 불법마사지업소를 거쳐 ㄱ지역소재 오피스텔로 이동했다. ㅁ지역 마사지업소의 업주 X는 영업종료 후 재개장까지 자전거용와이어자물쇠로 출입문을 잠가 종업원들을 가둬뒀다. 피해자 A는 업소에서 숙식하며 관리자들의 감시 하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X는 경찰의 성매매단속으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피해자를 모텔에 숨겼다가, 선불금 ‘상환’을 빌미로 피해자의 ‘동의’ 하 ㄱ지역에서 오피스텔 성매매를 하는 또 다른 업주 Y에게 피해자를 인계했다.
해당 사안의 경우 경찰의 적극수사로 증거가 확보된 편이었다. 감금 상태에서 다수의 감시 하 협박 및 성매매강요를 당하고, 피해자 은닉 후 매도자와 매수인 상호 금전적 대가를 지불한 뒤 인신을 인계하는 직접적 매매행위 그리고 행위자들이 대부분 특정되어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라 형법289조 적용을 적극 고려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사는 가해자 X에 대해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죄에 대해 불기소처분하고 공동감금, 성매매알선,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만 기소하였다.
검사는 대법원 결정(1992. 1. 21. 선고 91도1402 전원합의체 판결 [부녀매매죄])의 판단 기준 근거로 이 사건 인신매매 혐의가 인정되려면 “매도인이 매도 당시 부녀자를 실력으로 지배하고 있었는가 여부 즉 계속된 협박이나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폭행의 위협 등의 험악한 분위기로 인하여 보통의 부녀자라면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하기를 단념할 정도의 상태에서 그 신체에 대한 인계인수가 이루어졌는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확인된 사실관계로 볼 때 피해자가 스스로 이동할 업소를 알아보고 브로커 및 매수인과 직접 소통한 점을 들어 “피항고인이 항고인들의 신체에 대하여 실력적 지배를 보유한 상태에서 물건처럼 유상으로 매수인에게 대상자를 인도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보았다.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하였으나 불기소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기각되었다.
소극적 기소, 반복되는 범죄
현행 인신매매방지법상 인신매매란 성매매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장기적출 등의 착취를 목적으로 폭행·협박·체포·감금·위계·위력 등을 수단으로하여 사람을 모집· 운송· 전달·은닉·인계·인수하는 행위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참조). 인신매매는 사고 파는 ‘매매’행위만 국한하지 않고 일련의 과정적 범죄로 완성된다. 다시 말하자면 피해자의 유인에서부터 이동경위에 관여하는 “모든 가담자들의 개별 행위의 연속으로 완성되는 범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주배경 피해자의 ‘동의’를 범죄구성에 ‘맥락없이’ 반영해버릴 때 발생하는 문제는 복잡하다. 이 사건 검사는 가해자 X를 성매매‘알선’혐의로 기소했다. 알선은 성매매의사가 있는 두 당사자를 연결하는 행위로 성착취·성매매 목적 인신매매나 성매매강요와는 달리 불법성이 축소된다. 업주에 대한 알선죄 적용으로 피해자는 피해자지위에서 순식간에 성매매처벌법을 위반한 ‘피의자’의 지위가 될 수 있고, 이는 법원 사건 계속 중일지라도 피해자의 체류기간 연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운동과 제도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두지 않기 위해 ‘정책 공백’을 좁혀가자 말하는 중인데, 기소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이나 출입국은 오래된 편견에 갇혀 ‘정책 차별’로 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실제 2013년 형법 개정에 따른 인신매매죄 조항 신설에 불구하고 처벌례는 심히 희소하다. 2014년 3건, 2015년 6건, 2016년 8건, 2017년 3건, 2018년 2건, 2019년 3건 적용되는 데 그쳐 형법 상 다른 처벌 규정과 달리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인신매매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 구축방안 연구」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2) 참조).
2023년 경찰청에서 발표한 2023 범죄통계에 따르면, 인신매매 발생 건수는 2건, 검거 건수는 1건뿐이며, ‘노동력착취/성매매/성적착취/장기적출’ 목적의 인신매매 발생 건수는 1건이고, 이는 검거되지 않았다. 검찰에서 매해 발표하는 검찰연감의 범죄유형별 통계에는 ‘인신매매’죄에 관한 항목이 존재하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검찰에서 발표한 범죄자 처분 상황 분석에 따를 때 2023년 전체 인신매매범죄에 대해 총 8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으나 기소된 범죄자는 한 명도 존재하지 아니하고, 6명에 대하여는 불송치결정, 2명에 대하여는 경찰수사단계에서 수사중지 처분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피해사례가 없어서일까, 인신매매방지법 시행이후 시간이 필요한 것이기를 바라본다. 경찰서, 출입국, 외국인지원센터터 등 공공기관에서 인신매매식별지표의 활용 비중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인신매매방지법, 성매매처벌법 고려한 형법 289조 적용 필요
현행 인신매매방지법 제4조는 가해자의 범죄가 인신매매 등 행위요건에 해당할 경우 “범죄피해자가 착취에 대해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인신매매등을 한 자의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매매처벌법 제동법 제2조 제2항도“선불금 제공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라도 그 의사에 반하여 이탈을 제지한 경우”에도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지배·관리를 인정하여 범죄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런 입법적 고안은 피해자의 ①취약성은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다는 점, ②취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외견상 ‘합법’이나 ‘합의’가 실질은 강요인 경우 이를 반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법제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전무한 피해자가 가해자와 나눈 대화속 번역기를 이용한 영어응대나 맥락없는 이모티콘은 피해자가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선택한 것으로 착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동의’를 해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불법선불금의 경우 성매매처벌법 상 무효인 채권이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고려도 부족해보인다. 현행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3호은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란 성을 파는 행위 등을 할 목적으로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대상자를 지배·관리하면서 제3자에게 인계하는 행위(동조 가목), 이런 행위가 행하여지는 것을 알면서 대상자를 인계 받는 행위(동조 다목), 이런 행위를 위하여 대상자를 모집 이동 은닉하는 행위(동조 라목)를 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이에 따를 때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의 경우 그 행위의 위법적 수단이 신체적 실력적 지배에 국한될 이유가 없다. 심지어 동법 제2조 제2항은 “선불금 제공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라도 그 의사에 반하여 이탈을 제지한 경우”를 동법 제1항 제1항 3호 가목의 지배·관리한 경우로 본다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인신매매, 특히 성착취·성매매 목적 인신매매 적용을 위한 사실판단에서 선불금 등의 조건에 대한 이주배경 피해자의 ‘동의’를 범죄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성매매처벌법, 형법상 인신매매 규정 및 인신매매방지법의 취지를 바탕으로 매우 신중한 고려를 하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동의’ 맥락 이해 위해 이주배경 고려한 지원 필요
미등록 상태에서 체류자격외 활동을 한 출입국관리법위반자, 성매매 종사경험으로 인한 성매매처벌법위반자라는 표식이 피해자식별에 앞서 강조된 강제출국은 국내발생 사건을 비가시화한다. 이 사건 가해자 X가 피해자 A를 “경찰에 신고해버리겠다”고 “지인과 가족들에게 네가 성매매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도망가면 업소 홍보용으로 촬영당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할 수 있었던 것을 두고 피해자의 ‘동의’와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피해자의 ‘존재를 불법화’하면서 유지되 온 성산업 그 속에서 반복되는 인신매매범죄에 대해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해 가시화를 위해서라도 피해자에 대한 체류자격 보장과 인신매매피해자지위확인, 통번역지원 범위 확대 등 이주배경을 고려한 피해자지원이 적극적 수사와 기소의 전제가 되겠다.
이 사건은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와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가 피해자들을 지원하여 이주배경 인신매매피해 사건의 특수성을 잘 고려하여 초기상담에서 입국경위 및 이동경로 그리고 피해상황 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인신매매 연속선 상 ‘비동의’의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후 형사절차상 조력, 출입국관리소를 통한 체류자격 변경 및 연장, 주거 및 생활지원, 의료지원, 인신매매피해구조지원 등 실무적으로도 모두가 배워둘 유용한 선례를 남기고 있는 중이다. 현장사례와 행정 및 사법절차의 간극을 채우는 기관의 전문가들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필요한 이유다.
가해자 X는 특정된 피해자 3인에 대한 공동감금, 출입국관리법위반, 성매매알선죄로 징역 2년의 선고를 받았다. 인신매매죄가 적용되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피고인측과 검사가 각각 양형부당으로 항소해 절차가 진행되고 2심이 곧 선고될 예정이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들의 체류기간 연장이 두 차례 있었다. 피해자를 인계받았던 가해자 Y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 중으로, 경찰은 X와 동일하게 인신매매죄적용 기소 의견으로 송치 후 검찰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인신매매죄 적용례가 늘어 가해자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피해자는 일상회복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백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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