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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난민인권# 난민인권네트워크# 세계난민의날

함께라면 우리는 더 나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 난민인권네트워크 세계 난민의 날 행사 후기

매년 6월 20일은 전쟁과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전세계 난민들의 노력과 용기에 연대의 마음을 보내는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공감이 소속된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매년 세계 난민의 날 전후로 ‘난민영화제’를 개최해왔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여건이 되지 않아 한 해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난민의 날 주간에 토론회, 토크콘서트, 기자회견, 영화 상영 등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난민들을 만나고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사진설명] 2025년 난민의 달 난민인권네트워크 행사 일정

 

저는 그 중 6월 16일에 국회에서 열린 난민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와 6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난민의 날 증언대회 및 기자회견에 참여했습니다.

난민법 토론회는 “법무부 제출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바람직한 난민법 개정안의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차지호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법 워킹그룹이 주관했습니다. 저는 법무부가 작년 9월 제출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난민법 개정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사진 설명> 국회 난민법 토론회에서 발제중인 강지윤 변호사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은 매년 1-2%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난민협약상 ‘난민’의 정의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 적용하여 국제법상 난민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호를 받지 못한 가족들은 외국인보호소나 공항에 장시간 구금되거나 박해의 위험이 있는 본국으로 추방됩니다.

그러나 작년 법무부에서 제출한 난민법 개정안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난민협약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배제조항’을 확대하여 일부 난민신청자를 즉시 불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난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여러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우려를 밝혔고, 법무부 난민정책과에서도 담당자가 참석하여 이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무부 측에서는 이런 개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에서는 계속 상황을 주시하면서 난민 보호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난민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 2025 난민의 날 난민증언대회 및 기자회견 포스터

 

난민의 날 당일인 6월 20일에는 난민 증언대회와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6명의 난민이 직접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활동가들과 함께 새 정부에 요구하는 10대 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11개월밖에 되지 않은 딸을 두고 고향을 떠나는 것이 일생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E님. 한국전쟁에 참전한 선조들의 역사를 믿고 한국에 보호를 요청했지만 옷 한벌로 8개월간 공항에 갇혀있었던 K님. 인도적체류자의 가족결합이 허용되지 않아 수년간 가족과의 생이별을 견디기 어렵다며 눈물을 보인 H님. 경유지였던 인천공항에서 체포되어 외국인보호소에서 2년간 구금되어 단식투쟁까지 했던 S님.

이처럼 한국의 실패한 난민 보호 제도는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들은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다른 난민들이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다시 겪지 않도록 목소리를 냅니다.

증언에 이어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아래 기자회견문 낭독하며 새 정부에게 난민 권리 보호를 위한 10대 과제를 전달했습니다. S님의 말씀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함께라면 우리는 더 나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생은 단 한 번 뿐이고, 우리는 그 삶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기자회견문]

 새정부에 요구한다

난민 권리보호를 위한 인권단체의 10대 제안

 

한국사회는 최근 계엄과 권위주의에 맞서 시민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이 변화는 국내 민주주의의 회복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확장해야 할 책임으로 이어진다. 새 정부는 권위주의와 폭력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염원을 실현하는 동시에 같은 위기에 처한 난민과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연대하는 정책을 펼쳐야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수단, 가자지구 등지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국제분쟁과 인도주의 위기를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장기화된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수단에서는 군부 쿠데타와 내전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강제 이주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과 극심한 기아로 팔레스타인 주민 대다수는 반복적으로 피난을 떠나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에티오피아, 예멘,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난민에 대해 국제사회가 부여한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한국정부는 그간 난민의 시민적 삶을 보장하고 확장하기보다는 난민의 권리를 제한∙축소하고 쫓아내기에 급급했다.

해외에 있는 난민들은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는 한국 정부의 비자정책에 가로막혀 피난처를 찾기 어려워졌고, 한국에 어렵사리 도착한 난민들은 심사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채 공항에서 불회부결정을 받고 송환되었다. 한국 땅을 밟았지만 난민들은 기본적인 생계와 주거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체류자격도 불안정하여 결국 스스로 떠나도록 밀려가거나, 비자발적으로 송환되거나 장기간의 구금을 견디지 못해 떠나갔다. 1%의 바늘구멍을 뚫고 지위를 얻은 극소수의 난민들은 트라우마, 언어 및 문화의 장벽, 정착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 부재, 난민을 낯설게 여기는 사회적 시선과 이를 혐오로 재생산하는 집단의 목소리 속에서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 빈곤과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다. 난민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임시적 체류 형태인 인도적체류자로 장기간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 년간 가족과 이별하여 정서적 고립을 겪고, 본국에 남은 가족들은 박해와 가족 해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던 정부는 점차 난민 거부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며 난민인정을 제한하고, 난민을 추방하며, 난민신청의 기회를 제한하는 입법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를 남용적 신청자로 낙인찍고 혐오를 선동하고 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2025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낮은 난민인정률, 충분히 훈련된 심사관 부족, 난민위원회의 독립성 및 역량 미흡, 공항 등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자에 대한 불회부결정 남용 및 법률 지원 접근성 부족, 난민인정자에 대한 강제송환 명령 발부,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 취업허가 및 의료지원 부족, 인도적체류자의 가족결합 미보장과 기초서비스에 대한 접근 제한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위원회는 정부에 대해 난민심사 역량 강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보장, 통계 공개, 취업·의료·기초생활 지원 확대, 가족결합권 보장 등 실질적 개선을 강력히 권고했다

우리는 새정부가 국제기구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고, 모든 난민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이제라도 난민이 한국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시민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권과 평등의 원칙에 입각한 난민정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난민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제적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정책을 수립하라.

2.OECD 난민보호률(약 30%)에 부합하도록 1%대에 불과한 한국의 난민인정률을 높이고, 공정하고 신속하며 전문적인 난민인정심사제도를 운영하라.

3.분쟁지역에서 피난 온 난민신청자들에 대하여 신속한 심사를 통해 안정적인 지위를 부여하라.

4.국경에서 난민심사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송환되는 난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항심사제도를 개선하고, 공항 밖에 출입국항 난민신청자가 머무를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라.

5.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상설화된 난민심판원 등을 설치하여 신속하고 전문화된 이의신청제도를 마련하라.

6.난민신청자에 대하여 20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개정한 출입국관리법은 위헌이다.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독립기구로 운영하며, 난민신청자의 구금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고, 아동구금을 금지하라.

7.난민신청자의 취업허가절차를 개선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라. 생계비 예산을 확대하고, 취약한 상황에 놓인 난민신청자에게는 의무적으로 생계비를 지원하라. 난민신청자에 대한 주거지원을 마련하고 난민의 정신건강을 비롯한 의료지원을 확대하라.

8.‘남용적 난민신청’의 관점에서 특정 난민신청자의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현행 지침을 폐기하고, 모든 난민신청자의 체류할 권리 보장하라.

9.인도적체류자의 가족결합권, 노동권 및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안정적 체류자격을 부여하라. 한국어교육, 사회통합 및 직업교육 등 난민과 인도적체류자의 정착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

10.모든 난민이 한국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시민적 삶을 누리고 포용과 환대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부는 난민 혐오에 단호히 반대하며, 난민 보호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라.

 

2025년 6월 20일

난민인권네트워크

 

[관련기사]

연합뉴스, “’세계 난민의 날’ 25주년…영화상영·토론회·증언대회 등 풍성” (2025. 6. 16.)

연합뉴스, “’세계 난민의 날’ 맞아 난민 증언대회…”한국, 우리편에 서달라”(종합)”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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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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