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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구금# 이주민인권# 자의적 이주구금 제도개선# 출입국관리법

자의적 구금의 종말을 위하여

2023년 3월 27일 헌법재판소는 무기한 구금의 근거가 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며, 2025년 5월 31일을 개정시한으로 못 박아 두었습니다.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행정조치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침익적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여 예외적인 상황에서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으며, 위헌적 침해와 합헌적 제한 간의 경계가 매우 얇기에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함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구금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까지 구금할 것인지의 결정을 전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출입국당국의 재량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구금의 상한조차 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그리고 구금 개시 또는 연장 결정에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기관에 의한 심사가 보장되지 않는 점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법무부가 2024년 4월 11일자로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제대로 반영하기는커녕, 강제퇴거명령 집행확보를 명목으로 최장 3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동안 이루어진 자의적 구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공감이 참여하는, 자의적 이주구금의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온 이주구금제도개선TF는 법무부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분석한 후, 5월 10일 개최된 이주정책포럼에서 여러 시민단체 활동가와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으며, 5월 20일 수많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법무부가 개최한 ‘세계인의 날’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을 계속해서 자의적으로 구금하겠다는 법무부 입법예고안의 문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2004년 5월 21일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제출 마감일까지 온라인상으로만 46명이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법무부에 이메일이나 팩스로 제출된 의견까지 하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시민사회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 국회에 제출하는 개정안에 반드시 반영하기를 기대합니다.

 

[기자회견 발언문 – 박영아 변호사]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 : “18개월 + 18개월”이라는 긴 상한기간의 문제

헌법재판소는 작년 상당한 기간 내에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에도 출국대상자를 장기간 또는 무기한 보호하는 것은 일시적·잠정적 강제조치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출국대상자를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강제퇴거명령 집행을 위한 구금은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기간의 범위 안에서만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강제퇴거명령 집행을 위한 준비와 무관한 사정으로 집행이 지연되는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원칙적으로 구금해서는 안되며, 다른 대안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정 입접예고안은 퇴거명령집행을 위한 구금의 상한을 원칙적으로 18개월로 하고, 일정한 범죄경력이 있는 경우 3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퇴거집행을 준비하는 동안의 구금이라고 하기에 18개월은 너무 깁니다. 구금상한을 둔 해외 주요 국가들을 보더라도, 대만은 100일, 이스라엘 90일, 남아공 120일, 프랑스 90일, 노르웨이 84일을 절대적 상한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퇴거집행을 위한 구금은 말그대로 퇴거를 집행하기 위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며, 범죄의 처벌이나 예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입법예고안은 마치 퇴거집행을 위한 구금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마냥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18개월도 짧다고 36개월까지 구금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장은 유죄판결의 확정, 그리고 일정한 경우 심지어 유죄판결의 선고조차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즉 불기소처분을 받았거나 불구속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출입국당국의 판단에 따라 3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는 것입니다.

3년은 어떠한 경우에도 강제퇴거집행을 위한 구금이 정당화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입법예고안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법무부령으로 대상 범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입니다. 최장 36개월의 구금을 전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맡기겠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까지 불러온 지금의 실무관행을 전혀 바꾸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법무부의 입법예고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절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입법예고안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4월 11일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법무부공고제2024-140호)을 입법예고하였다. 이 개정안은 5월21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의견을 받은 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법무부가 이번에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이유는 작년 3월 헌법재판소가 「출입국관리법」제63조 1항 등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현행법규의 효력을 2025년 5월31일까지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즉, 기간의 제한없이 계속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내외에서 과도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받아온 법조항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번에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그 동안 국내외 시민사회에서 비판해왔던 바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내용으로 법안을 마련하였다.
먼저, 구금의 상한을 명시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입법예고안은 기본 18개월, 연장시 최대 3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의 보호기간 상한을 설정하여 피보호자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개정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읽어 보면 단지 구금기간의 상한을 설정해야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금기간이 “합리적 기간”이어야 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결정문의 전체적인 취지는 「출입국관리법」상 ‘보호’는 “일시적⠂잠정적 강제조치”에 그쳐야하며,  이 법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크”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춰보면, 입법예고안이 제시하는 기본 18개월, 최대 36개월의 구금상한은 지나치게 길다. 법무부도 외국인보호소 평균 보호기간이 “10여일에 불과하고 1년 이상 장기보호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지 않은가?

게다가 입법예고안은 특정한 경우 구금기간을 최대 36개월, 즉 3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등 특정 법률 위반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3년간 구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규정은 법원의 유죄판결을 요하지 않으며, 기소 유예 등 불기소처분,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 중에 있기만해도 출입국관리당국의 판단만으로 이렇게 장기간 구금될 수 있으며 이 기간은 형사상 구속기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이용해 외국인을 영장없이 장기간 구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밖에 공공질서 및 국민의 안전을 해하는 범죄로서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범죄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형기를 모두 마치고 석방되더라도 외국인보호소에서 최대 3년까지 다시 구금될 수 있는데 전적으로 법무부장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에도 불구속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는게 아니라 외국인보호소에 다시 갇혀야 한다.

마치 전두환 정권 때 상습전과범은 형기를 마친 후에도 다시 보호감호소에 보내졌던 ‘보호감호제’를 떠오르게 한다. “송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송환이 불가능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긴 하였으나 이에 대한 판단 역시 법무부가 하게 된다. ‘보호감호제’도 ‘상습범이라 재범의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법무부 장관이 자의적으로 결정하여 ‘곱징역’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다음으로 입법예고안 제63조의 3 조항은 구금해제된 외국인을 재구금하면서 구금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기산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미 과도한 기간을 구금당했던 외국인이 출입국 당국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재구금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자칫 장기구금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풀어주었다가 재구금을 반복하는 식으로 악용될까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는 구금해제된 외국인의 도주나 추가적인 범법행위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예시까지 들어 제시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입법대안 마련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재구금 요건만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무부는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라는 기구를 신설하여 ‘보호’에 대한 적법성과 타당성 및 필요성에 관한 사항을 독립해서 심의 및 의결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입법예고안을 보면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고 위원 역시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9명의 위원중에는 공무원이 포함되며 민간위원 역시 법무부가 원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위원들은 모두 비상임이며 대신 사무국을 두도록 되어 있는데 사무국은 출입국공무원들이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구가 ‘독립’적인 심의⠂의결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비슷한 구조로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장기보호심의위원회’나 ‘난민위원회’를 보면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절차”를 주문하였는데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소위 ‘새우꺾기’사건 이후 발표한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에서 “사법부 등 제3의 기관이 보호 개시 및 연장의 적부를 판단”하도록 입법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비해서도 대폭 후퇴된 안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번 입법예고안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외국인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억지부리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오늘은 한국정부가 정한 ‘세계인의 날’이다. ‘세계인의 날’을 만든 이유는 “국민과 재한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법원의 영장없이도 최대 3년까지 구금할 수 있고 다시 자의적으로 재구금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입법예고하는 나라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까? 입법예고안 대로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된다면 ‘세계인의 날’ 역시 ‘세계인에게 부끄러운 날’로 개명되어야 할 것이다. 법무부는 더 이상 국민들이 부끄러운 일을 만들지 말고 ‘입법예고안’을 스스로 철회해야 할 것이다.

2024.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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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아

# 국제인권센터# 빈곤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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