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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여성인권

활동가를 위한 이주여성 지원 지도 그리기 워크샵


 

“10년 전과 비교해서 한국남성과 혼인 신고하는 외국국적 여성의 수는 3배 가까이 늘어났고, 매년 꾸준히 2만여 명이 넘는 외국 여성이 한국에 입국하고 있습니다. 이제 주변에서 우리는 쉽게 다문화 가정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다양화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들을 제대로 수용하기엔 제도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김민정 아시아의 창 이주여성법률상담소 소장에 따르면 한국에 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종종 목숨까지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점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배우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기 일쑤지만, 그녀들을 위한 법적 보호 제도는 미비합니다. 무형의 피해는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은 한국에서 개인으로 인정받기보단 ‘한국민의 배우자’로서만 인정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자녀가 없다면 그들의 ‘혼인 진정성’은 의심받기에 십상이고, 자녀가 있더라도 자녀를 한국에서 키우지 않으면 한국에서 추방당하는 현실에 놓이게 됩니다. 이혼한 경우, 그들의 체류자격은 더욱더 위태로워집니다. 자녀가 있더라도 자녀와 만나고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면 체류자격이 연장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관성 없는 심사 기준입니다. 그것이 체류자격이든, 영주자격이든, 국적취득이 되든, 체류 심사가 어떤 과정과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도 명문화되지 않았고, 밝혀진 바도 없습니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그날 어떤 기분이냐에 따라 심사 결과가 달라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호형 목사가 들려준 실제 사례들을 들어보면 더욱 놀라웠습니다. 많은 경우 결혼 이주민 여성은 결혼 생활 중 언어폭력, 신체적 폭력에 고통받더라도 혼인피해자임을 입증받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혼한 후 혼인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 필기시험과 더불어 재산 3천만 원이 있어야 국적,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혼한 이주여성이 몇 년 내에 이 조건을 모두 다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혼 소송 중 남편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혼인피해자로 인정해주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이 체류권 확보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법적 대응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소라미 변호사는 소송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법적 대응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소라미 변호사는 출입국 관련 행정 소송 판례들을 분석하여 소개하였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결혼이주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사증발급이 거부된 경우, 만약 한국인이 거부된 것에 반하여 소송을 제기하면, 한국인은 오로지 외국인의 신청을 ‘대리’할 권리밖에 없다는 이유로 소송 제기를 각하시키고, 만약 외국인이 그에 반하여 소송을 제기하면, 외국인에게는 권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소송 제기를 각하시켰습니다. 쉽게 말해, 어떤 경우에도 각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체류자격 변경, 체류자격 연장, 영주자격 부여/변경도 모두 다 소송에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판례에서 법원의 입장만 보아도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이혼한 결혼이주여성이 ‘경제적인 목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계속 체류하고자 하는 것은 불손한 동기이며, 국내에서 계속 체류하기 위해선 ‘자녀 양육, 가족 부양’ 같은 불가피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앞에서 언급했듯 한국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인 피가 섞인 자녀를 양육하고, 한국인 가족을 봉양하는 역할에 지나치지 않는다고 보는 태도를 내타내는 듯했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드물게 볼 수 있었던 성공적인 소송 사례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외국 국적의 여성이 3가지 전과가 있었음에도, 아이에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귀화불허처분을 취소한 경우였습니다.



 


이번 워크샵을 통해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결혼이주여성의 현실과 출입법 관리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었습니다. 비단 결혼이주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우리나라 출산율을 늘리기 위해서 들어온 것도, 우리나라에 “기생”하기 위해서 들어온 것도 아닙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에서 정당하게 거주하거나 경제 활동을 하며,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것을 바랄 뿐이지만, 그것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 역시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을 올바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일관적이고 공정하며 합당한 출입법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_ 조윤현(17기 자원활동가)

 

-> 자료집 ‘활동가를 위한 이주여성 지원 지도 그리기’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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