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 국제인권

한국 인권은 어디까지 왔나 – 제 25차 유엔인권이사회 참가기


 

 

참가 전 : 외교부장관의 고위급 회기 연설

 

   3월 5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하여 고위급 회기 연설을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이사회 산하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근거로 비판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지난 20년간 이루어진 유엔여성폭력 특별보고관, 유엔인권소위 특별보고관, 자유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사회권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를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과연 외교부 장관, 정부는 한국에 대한 유엔인권기구의 권고의 이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 권고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유엔인권기구의 다수의 권고, 특히 특별보고관들의 권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의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는 사실이다. 북한과 일본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중시하는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를 한국 인권상황과 관련해서는 왜 그렇게 무시하는지, 이러한 경우에 과연 유엔인권 혹은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인권이사회 참가, 그리고 다양한 만남

 

 

   공감은 3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한변협과 민변의 지원을 받아 그 참가단 자격으로 다른 대한변협, 민변, 참여연대 참가자들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5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참가했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인권옹호자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한국보고서가 공식 채택될 예정이었고, 금년 9월에는 인종차별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한국 공식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 이에 대한 대응 등을 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다양한 국내 인권 현안과 관련하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의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유엔인권시스템을 활용한 국내인권 개선활동을 모색하고자 함이었다.

 

 

   유엔인권이사회 전체 회의 참가는 10일 인권옹호자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의 한국보고서 발표, 11일 시민사회 공간의 증진과 보호에 관한 세션이 있는 시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OHCHR 담당관들과의 면담 등 여러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 직접 참가하지 못한 회의에 대해서는 웹캐스트를 통해 내용을 파악했다. 민변은 국가보안법 악용,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례 그리고 쌍용자동차 손배가압류 사례에 대해 발표했고, 참여연대는 인권옹호자들이 종북세력으로 몰리는 경향, 국정원 대선개입, 대규모 개발사업에서의 인권침해 사례인 밀양 송전탑 건설, 철도노조의 손배가압류와 같이 탄압받고 있는 노동권에 대해 구두발언을 했다.

 

 

   인권옹호자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한국보고서 중 북한과 대치 중인 특수한 상황,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건설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마치 수 십 년 된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한반도 안보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의 보장과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NGO의 구두발언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답변권(the right to reply)을 사용하여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국내법에 의해 철저히 조사되었고,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사건은 국제인권법을 전혀 위반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특별보고관의 한국 인권상황에 대한 권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국가인권위가 차별 없이 진정을 처리하고 있다느니, 장애인인권단체 국가인권위 농성 시 인권침해가 없었다느니 하는 자신과 관련된 변명만을 늘어놨다. 그동안 국가인권위가 유엔인권권고의 이행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받아왔지만, 이처럼 권고의 이행 방안을 논해야 할 자리에서 뜬금없이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는 모습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 결여를 전 세계를 상대로 공표하는 것이었고 같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치욕적인 것이었다.

 

 

 

   12일에는 CIVICUS, Forum Asia 등 국제인권단체들과 대한변협, 민변, 참여연대 등 국내 단체들이 공동으로 “아시아의 인권옹호자 보호 : 경향, 과제 및 전망 (Protecting Human Rights Defenders in Asia: Trends, Challenges & Ways Ahead)” Side Event를 공동주최했다. CIVICUS 유엔대표의 사회로 이루어진 이 행사에는 유엔 관계자, 각국 대표부, 국제인권단체 등 약 60여 명이 참석했고, 인권옹호자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 변협, 참여연대, 스리랑카 인권활동가, 말레이시아 언론인 등의 발표가 있었다. 한국은 한국 인권옹호자 탄압의 경향 및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발표했는데 특히 집회 시 경찰차 벽 설치, 용산참사, 촛불집회, 쌍용차 노조 진압,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침탈 및 화단설치 등의 영상과 사진이 발표되었을 때 참석자들은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전체 회의 구두발언, Side Event 등 주요한 공식 일정 외에도 NGO 참가단은 OHCHR 담당관, 여러 국제인권NGO들과 다양한 만남을 가졌다. 이번 유엔인권이사회 참가의 가장 큰 성과는 이전의 참가 때와는 달리 충분한 사전 준비를 통해 여러 OHCHR 담당관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내 여러 인권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후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하여 협의할 기회를 가졌다는 데 있다.

  

 

 

 

  

    OHCHR 동아시아 담당관과는 탈북자 합동신문, 국가인권위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인 의견 교류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인종차별 담당관과는 인종차별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의 한국 공식 방문이 올해 9월 말로 예정된 상황에서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의 필요성이 공유됐다. 참가단은 한국 이주민 인권상황과 관련하여, 외국인 혐오주의와 인종주의 경향의 강화,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이주아동, 난민신청자들이 처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 등 전반적인 인권 상황에 대하여 브리핑할 기회를 가졌다. 자의적 구금 담당관에게는 2만 5천 명이 거쳐 간 탈북자 합동신문센터 구금의 문제점, 전 세계 피구금자의 90%가 한국에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 피구금자의 문제점, 사법절차를 무력화시키고 배제하는 군대 내 영창제도의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자의적 구금 유엔워킹그룹의 한국 공식방문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진실과 정의(과거사) 담당관과는 일제하 위안부, 강제노역, 사할린 강제이주 문제, 해외입양 시의 인권침해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표현의 자유 담당관, 집회․결사의 자유 담당관과는 집회 시의 차 벽 설치, 노조에 대한 손배청구 등 특히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권침해의 양상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건강권 담당관과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과 관련하여 제출된 유엔인권진정에 대하여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기회를 가졌다. 그 외에도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PR) 담당관, 유엔자유권위원회 담당관과도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하여 논의했다.

 

 

참가 후 : 국가인권위원회 등급 심사 유예

 

   귀국 후 언론을 통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 120여 개 국가의 인권기구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정기 등급 심사에서 인권위원 임명 절차의 투명성 부족, 인권위원회와 직원 구성의 다양성 미흡 등을 이유로 등급 보류 판정을 통보받았음을 접했다. 국가인권위는 곧바로 절차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법률의 문제일 뿐이라고 언급하며 국가인권위 자체는 아무런 문제 혹은 잘못이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인권위원 자리가 인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거에 떨어진 여당 지구당위원장의 스펙 쌓기 자리로까지 전락한 국가인권위의 현재 상황에 대해 다른 무슨 설명이 또 필요할까 싶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와 국가인권위. 한국 인권 상황의 심각성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_황필규 변호사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