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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국제인권

한국산 최루탄에 죽어가는 사람들 – 바레인 최루탄 수출사례를 통해서 본 총단법 개정의 필요성


 


 

뿌연 연기에 뒤덮인 고속도로 위로 한 자동차가 천천히 지나간다. 갑자기 수십 발의 폭탄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고, 그나마 간신히 보이던 화면은 어둠으로 덮이고 말았다.

 

바레인워치(Bahrain Watch) 활동가인 알라 쉬하비가 자신의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직접 찍은 영상이었다. 이어서 그녀는 날라오는 최루탄을 피하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담은 또 다른 영상을 보여주었다. 국회 세미나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문득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한국 민주항쟁 당시 무차별하게 탄압받던 시위대 사진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1. 들어가며

 

   2014년 3월 19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제2 세미나실에서는 김현 국회의원과 장하나 국회의원 및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무기 제로, 전쟁없는세상 등 단체들이 참여한 ‘바레인 최루탄 수출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바레인워치활동가인 알라 쉬하비와 빌 마크작을 초청하여 ‘한국 최루탄의 바레인 수출사례를 통해서 본 총단법 개정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3년간 바레인에서 최루탄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최소 39명이며, 바레인 정부로 최루탄을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이 국내외 여러 시민단체로부터 문제시되면서, 한국산 최루탄이 인권침해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 그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방위산업청은 지난 1월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수출을 잠정 유보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산 최루탄이 해외에서 인권침해의 도구로 또다시 사용되지 않도록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이하 “총단법”)을 개정해 규제방안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2. 현행 총단법,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최루탄의 성격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상 최루탄은 비살상무기 또는 준살상무기로 분류된다. 따라서 최루탄은 군수용이 아닌 민수용 총포나 도검, 화약류를 규제하는 총단법의 규제를 받으며, 소재지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수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화약류 판매업 및 저장소 설치 허가’에서 해당 허가는 일반적 금지에 대한 해제에 불과하므로 허가신청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반드시 허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경찰청은 위 대법원 판결상 허가의 법적 성격이 총단법 상의 모든 인ㆍ허가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물론, 같은 법 제9조 4항에 “공공의 안전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이를 허가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경찰청은 이 조문의 보호법익을 국내의 공공의 안전으로 한정해석하여, 국제적 인권상황을 동 법령으로 규제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혔다. 이러한 경찰청 해석에 따라 최루탄의 수출허가가 승인된 것이다.

 

 

이에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최루탄이 치안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비살상무기 성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바레인이나 터키에서처럼 평화로운 민주화 운동 시위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남용되고 있음이 명백할 때에도 이를 비살상무기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수출허가의 법적 성격을 ‘화약류 판매업 및 저장소 설치 허가’의 법적 성격과 같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판매업 및 저장소 설치 허가에 대해서는 일정한 객관적인 요건만 요구하는 데 반해 수출허가는 각각의 수출행위에 대하여 허가를 필요로 하는 점을 고려하여도 총단법 규제를 받는 다양한 유형의 행위에 대한 허가의 성격을 일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수출허가 금지 사유인 “공공의 안전”을 국내의 공공의 안전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찰청의 해석대로라면 수출된 최루탄이 다시 국내로 반입되어 남용되는 경우에만 수출허가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게 되는데, 수출허가의 성격상 이런 경우가 발생하기란 매우 드물다.

 

   다시 말해서, 수출허가의 법적 성격을 화약류 판매업 및 저장소 설치 허가와 같게 해석하고 허가 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공공의 안전을 국내 공공의 안전에 국한하여 해석함으로 인하여, 바레인을 비롯한 해외에서 한국산 최루탄이 중대한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명시적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개정안 필요성 및 법적 근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토론회 서두에서 총단법 개정의 필요성 및 법적 근거를 역설하며 개정안을 소개하였다. 황 변호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총단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는데, 우선 헌법 및 국제법상의 요청을 들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고, 헌법 제6조 1항에 따르면 “헌법에 의하여 체결ㆍ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쓰여있다. 한국은 2013년 6월 3일 무기거래조약(ATT)에 서명하였고, 본 조약은 무기거래로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에 기여 가능성에 대한 압도적 위험이 인지되는 경우 수출을 허락하지 않도록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조약의 서명국으로서 한국은 재래식 무기가 민간에 대한 공격과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로 사용될 위험성이 있는 경우 무기 수출을 금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최루탄이 무기거래조약의 재래식 무기에 직접적으로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군수용 물품과 같은 정도의 위험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최루탄도 본 조약 적용대상과 동일한 정도의 엄격한 관리하에 규제하는 것이 조약 서명국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내법과의 통일성을 들 수 있다. 수출이 아닌 국내에서의 총포 등의 제조, 판매 등과 관련해서 공공의 안전유지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수출허가와 관련하여서 그 감독과 규제가 쉽지 않겠지만, 수출허가가 초래할 심각한 결과를 생각하였을 때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평화와 인권수호에 앞장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4. 개정안 소개

 

   개정법률안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될 명백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총포 등의 수출을 허가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수출이 허가된 이후에도 그러한 위험이 추후 발견될 시에는 허가를 취소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한다. 이에 더하여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는 침해되는 권리의 속성과 중대성, 침해의 규모 및 지속성을, “명백한 위험”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고문방지협약에 근거하여 단순한 추측이나 의심의 수준을 넘어서는 근거에 따른 위험을 들었다.

 


 

  


5. 맺으며

 

   황 변호사의 개정안 소개에 이어, 바레인워치 활동가 알라 쉬하비와 빌 마크작이 바레인의 현 상황과 그 심각성을 직접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30년 전 잔인한 인권 탄압이 자행되었던 한국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국회토론회를 열 수 있다는 데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뼈아픈 역사를 직접 경험한 우리가 그 고통과 슬픔을 다른 나라에 수출했다는 사실에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얼굴을 들었을 때, 때마침 알라 쉬하비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피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꿔 그녀가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이제 우리가 도와줄게요…’

 

   우리는 해외에서 한국산 최루탄이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이제는 넘겨버리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최루탄(tear gas)으로 인해 더는 눈물(tear) 흘리는 사람이 없길 바라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국회 토론장을 빠져나왔다.


 

글_양유미(19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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