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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장애인권# 정신장애인

지적장애인을 정신병원에 가두지 마라!

공감은 최근 다음과 같은 사건에 대한 법률지원을 요청받았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40대 남성 A씨는 정신과 치료 전력이나 정신질환 증세가 없고, 가족에 의해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내져 오랫동안 생활하였다. 그런데 A씨가 장애인시설을 답답해하면서 스스로 시설을 퇴소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서 데리고 있기를 거부하는 부친이 둘째딸과 공모하여 A씨를 정신병원에 동의입원의 형식을 밟아 입원시켰다. 동의입원은 입원하는 환자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2018년 8월경 A씨를 경남 통영시 모 정신병원에 ‘동의입원’형태로 입원되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첫째딸은 자신의 오빠인 A씨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정신병원에 퇴원을 요청하였으나, 정신병원측은 입원에 동의한 보호자의 동의 없이 퇴원시켜줄 수 없다며 퇴원을 거부하였다. A씨는 장애인권단체 활동가와의 면담과정에서 “내가 여기 왜 있느냐, 입원을 원하지 않았고, 동의한 적도 없다.”고 진술하였다. 장애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 다시 퇴원신청을 하였으나, 병원측이 가족에게 연락하여 퇴원신청 다음날 ‘보호의무자 입원(강제입원)’으로 전환시켰다.

 

40대 성인인 A씨는 자신의 거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족은 본인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고 A씨를 장애인거주시설에, 그리고 정신병원에 보냈다. 장애인거주시설이든, 정신병원이든 입소절차․입원절차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관련법에 의해 장애인 당사자 본인의 의사는 확인되지 않거나, 깡그리 무시되거나, 보호자의 동의로 대체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보건복지 관련법령은 법원 등의 관리·감독받지 않는 의사결정대행자(보호자, 친족, 보장기관, 지자체 공무원 등)가 장애인 당사자를 권한 없이 대행하도록 방임·조장하고 있습니다. 보호 내지 선행이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방치·조장되는 무권한자의 의사결정대행으로 인하여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은 더욱 위축되고, 의사결정지원제도의 도입은 고사하고 현행 성년후견제도 조차 사회에서 외면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신병원에의 동의입원절차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 제1항에서 ‘①“정신질환자는” ②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③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등 신청서를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에게 제출함으로써 그 정신의료기관등에 입원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을 하는 주체는 ‘정신질환자 본인’이지 ‘보호(의무)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현행 동의입원은 입원하는 정신적 장애인이 입원계약의 주체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철저히 계약의 객체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동의입원은 보호(의무)자가 계약주체가 되어 병원 측과 입원계약을 체결하고, 정신적 장애인 본인은 계약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 채 문서에 싸인하라고 하여 싸인을 하는 형식적인 서명만으로 이루어지거나, 보호자 가족이 강압 또는 기망으로 서명을 하거나, 아예 보호자 또는 병원 측에 의해 서명 자체가 위조되는 등, 정신적 장애인 본인이 주도하여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입원을 하는 (개정법이 전제로 하였을) 원래의 동의입원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있습니다.

 

동의입원(형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계약의 주체가 정신질환자 본인이기 때문에 그러한 계약이 유효한 계약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동의입원 계약 내용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이해한 상태에서 본인 스스로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장애인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력인을 두어야 합니다. 이처럼 현행 동의입원제도는 원래의 개정입법의 의도 또는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본인이 주체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동의입원의 존폐를 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신병원 퇴원과정의 문제점은 2가지 차원에서 짚고자 합니다. 첫째, 정신병원 퇴원이 순수한 자의입원이 아닌 한 동의입원이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든 보호의무자의 퇴원동의 유무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본인이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보호의무자가 퇴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정신병원 측은 당사자를 퇴원시킬 수 없거나 퇴원시키지 않는다. 한 개인의 거주이전의 자유가 다른 개인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2016년 9월 헌법재판소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가9 결정)을 내리면서 “환자의 이의절차와 청문 등 절차를 따로 두지 아니한 채 단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하여 지나치게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정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를 개선하여 진단을 위한 입원과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단계를 나누고 치료를 위한 입원의 경우에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진단을 거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까지 받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강제입원제도의 요건 및 절차를 강화하여 과연 정신병원 강제입원제도는 개선되었을까요? 표면상으로만 보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비율이 개정법 시행 전인 2016년에 61.5%에서 개정법 시행 후인 2018년에 22.2%로 대폭 낮아졌고, 반면에 자의입원 비율은 38.4%에서 45.5%로 높아졌으나, 정신병원 입원환자 수는 2016년에 69,162명에서 2018년에 65,523명으로 겨우 3,639명이 감소하여 큰 변화가 없습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서 입원이 적합하지 않아 퇴원하여야 한다고 심사한 비율은 겨우 1.4%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 자의입원 또는 동의입원 형식으로 입원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 중에서 정말로 본인의 자의로, 본인이 의사결정을 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몇 명이나 될까요? 자의입원 또는 동의입원 형식의 입원환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 본인이 퇴원을 원하고, 정신병원(또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정신보건심판위원회) 측도 퇴원해도 괜찮다고 판단하더라도 정작 지역사회에 정신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했던 거처 외에 별도로 자립하여 살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정신병원에 6만명이 넘게 입원되어 있는데, 지역사회에서 이용가능한 시설 정원은 거주․이용을 합하더라도 6,715명에 불과하여 정신병원 입원 인원의 10%에 불과합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더라도 갈 수 있는 곳이 가족과 함께 사는 집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신병원(또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정신보건심판위원회) 측도 가족이 반대하는 퇴원을 차마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복지기반을 지금 당장 대폭 확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밀집 접촉을 피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집단수용 방식의 정신병원 입원제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지금 바로 던져야 합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집단시설(의료기관,폐쇄병동)의 구조적 취약성이 집단감염과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집단시설의 경우, ①밀집된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거주하는 점, ②구조적 취약성으로 감염발생시 코호트 격리가 유의미한 조치가 되기 어려운 점, ③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이고 과도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조치 또는 면접금지가 취해질 가능성이 상당한 점, ④장기적인 거주로 사회적 관계 및 연고 등이 단절되어 자가격리 등 시설에서 나가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더라도 시설 밖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할 장소를 찾기 어려운 점 등 때문에 감염병에 취약한 계층에 해당하며 그에 따른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감염병 예방적 측면에서 집단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는 장애인이 집단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탈원화하여야 합니다.

 

ps. 다행히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정신병원에서 퇴원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공감은 동의입원제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참고자료]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

염형국

# 장애인 인권# 공익법 교육 중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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