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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이주와 난민

정신장애 이주민에 대한 강제퇴거, 이래도 되나요

 

  한국에서 12년간 살며 일하며 정신병을 얻게 된 이주여성이 있었습니다. 말이 두서가 없어지더니 급기야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말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인의 요청으로 출동한 경찰은 여성의 상태를 확인한 후 지역의 병원에 인계했습니다.

 

  동시에 경찰은 ‘미등록’ 이주민을 발견했다고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에도 통보했습니다. 약 일주일간 병원에서 입원치료 받은 후 이주여성은 관할 외국인보호소로 인계되었습니다. 보호소에 구금된 지 일주일 만에 여성은 모국인 키르기스스탄으로 강제퇴거 되었습니다.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모스크바 공항을 경유해 키르키즈스탄으로 가는 비행편에 여성을 홀로 태워 보냈습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 공항에서 여성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여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주여성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주여성은 키르기스스탄 비행기로 환승하지 못한 채 모스크바 공항에서 6일 동안 배회했습니다. 가족들의 수소문 끝에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온 여성은 온 몸에 폭행의 흔적이 있었고, 소지하고 있던 미화 7,000달러는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이 모스크바 공항에서 6일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주여성은 귀국하자마자 키르기스스탄 국립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3달간 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 후에는 지금까지 통원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성의 어머니는 선진국인 한국에서 자신의 딸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돌려보낼 수 있냐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감은 지난 3월 20일 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한국이주민 건강협회, 공익법센터 어필과 공동으로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여성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동안 정신장애에 대한 평가와 진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유일한 조치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외국인을 최대한 빨리 강제퇴거 시키는 것뿐이었습니다.

 

  강제퇴거를 집행할 때 목적지가 같은 이주민과 같은 비행편으로 동행하도록 하기만 했어도 여성은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만연히 정신장애가 있는 이주여성을 홀로 비행기에 탑승시켰습니다. 또한 항공사측에 이주여성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보호조치를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이주여성은 모스크바 공항에서 6일간 국제미아가 되었고, 신체를 폭행당하고 재물을 도난당했습니다. 이주여성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및 재산권이 침해되었습니다.

 

  이 진정 사건을 통해 정신 장애인을 단속, 구금, 강제퇴거함에 있어서 외국인보호소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내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바랍니다. 우선 정신장애가 의심되는 이주민을 구금할 때에는 사전에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장애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은 후, 전문의의 진단을 바탕으로 강제퇴거 집행 시점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제퇴거집행 과정에 있어서도 정신장애 이주민의 인권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적절한 조치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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