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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성소수자

전북학생인권조례 수정안 철회 및 전북교육청 원안통과를 촉구하는 대응활동


“학교에서 성 정체성과 관련한 고민이 생겼을 때 상담 받을 수 있는 상담교사가 없고, 있더라도 상담 의사가 없다.”


지난 2012년 7월 31일부터 8월 12일까지 공감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성 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에서 서울시 청소년 등 22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성 소수자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상담교사로부터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왜? 신뢰할 수 있는 교사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 학교에서 성적지향 또는 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 ‘심하다’고 대답한 청소년이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성 소수자 청소년이 당한 괴롭힘의 종류로는 ‘학생이 성 소수자에 관해 비하적이거나 편견에 치우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교사가 성 소수자에 관해 비하적이거나 편견에 치우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그 뒤를 이었다. 학생이 누군가의 성 정체성을 본의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아우팅’도 있었고, ‘동의 없이 신체를 만지거나 희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는 성 소수자 청소년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학교 안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겪고 있지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할 만한 안전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 관련 신문기사, 한겨레 2012.12.06.자 “교사들 ‘성 소수자 차별’ 많아…의무 인권교육 필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64198.html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교육 자치 규범이다. 현재 경기도, 광주,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이 있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 전북, 강원도에서 학생인권조례안이 발의되거나 입법예고 되었는데, 교과부에서 학생인권조례안을 철회하라고 공문을 보내기도 하고, 충청북도는 교육청에서 발의한 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에서 각하되기도 하였다.


 



전라북도교육청(김승환 교육감)은 교육감 공약사업인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하여 학부모, 학생,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 법률전문가 등을 포괄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조례안을 논의하고, 실태조사,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2011. 10.경 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하였으나,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되었다. 그리고 1년 후인 2012. 10.경 교육청 조례안을 도의회에 다시 제출하였으나 도의회에서 보류가 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전북 도의회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구성 때문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현재 전북 교육위원회는 정원 9명 중 교육의원 5명, 민주당 의원 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육의원들은 교육 관료 출신으로 학생인권조례 자체를 반대하는 보수적인 성향이고, 안건 상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위원장을 교육의원이 맡고 있어 전북교육청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13.1.22. 전북도의회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인 장영수 도의원이 심사기간을 지정한 조례안을 발의해서, 교육위원회에서 심사기간이 지났는데도 심의하지 않으면 임시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려는 의도로 전북교육청안을 수정한 내용의 학생인권조례안을 발의하였다. 민주당이 늦게라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의지를 보여준 것은 다행이었지만, 교육청 초안과 달리 학생인권의 기본적인 내용인 15개 조항을 임의로 수정, 삭제를 하면서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교육청 초안에 있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삭제하고, “대체과목 없는 종교교육의 강요 금지”, “여학생이 교복을 입을 경우 치마와 바지를 선택할 자유” 등을 삭제했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경기도 학생인권조례」,「광주광역시 학생인권보장및증진에관한조례」등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이미 명시하고 있는 ‘성적지향’을 삭제하거나, 학생들의 사생활의 자유, 양심, 종교의 자유, 자치활동의 권리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학생인권보장이라는 조례 제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었다.


 


공감은 2013.2.19. 긴급하게 관련 민주당 국회의원실을 찾아가 이러한 우려를 전하고, 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전북도의회에서 민주당 수정안을 철회하고 교육청안 통과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였다. 그리고 2013.2.20. 아수나로 등 청소년운동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민주당 전북도당을 찾아가 민주당 수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민주당 소속 교육의원인 조형철 도의원과 담당자를 만나, 민주당 수정안의 직권상정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전했다. 민주당은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는 시민사회, 인권단체들로부터 이런 강한 비판에 직면할지 예상을 못했는지, 그때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난감해 하였다. 결국 2013.2.21. 청소년운동단체 활동가들이 도의원들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고,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하는 민주당 수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결국 전북도의회 교육위에서 민주당 수정안과 교육청안 모두 부결되고 말았고, 민주당은 수정안의 직권상정을 포기하고 4,5월경에 민주당 조례안을 새로 만들어서 발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전북도의원들도 직접 만나고, 전북학생인권조례 대응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지역에서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매우 척박하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는 도의원들은 반대자들에 대하여 ‘성적지향’이나 ‘성 소수자’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설득할 논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지역에는 특히 성 소수자 인권단체도 없고, 성 소수자 인권단체와 연대해 본 지역단체도 드물어서, 성 소수자 학생과 관련한 부분이 삭제되거나 대폭 수정되어도 강하게 항의하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성 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화와 관련하여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교육청, 지역단체, 지역의원들에게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해, 중요성을 설득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들, 사례들을 제공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경기도, 광주에서도 성 소수자 조항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어렵기는 했지만, 불가능하지 않았고, 제정 이후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다른 지역들에서 학생인권조례 자체를 반대하는 단체들에서 자꾸 학생인권조례 반대 주장을 하면서 성 소수자 조항을 공격하기 때문에, 이것을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정치적 부담을 덜고 가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 강원도 교육청도 입법 예고했던 학생인권조례안과 달리 성 소수자 권리조항이 삭제하였다. 그러나 호모포비아 단체들의 황당한 주장을 이유로 인권조례에서 성적지향, 성 소수자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단순히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의 원칙을 훼손하고 호모포비아들의 반인권적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은 학교교육과정에서 동등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 받으며,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고, 인권에 기반을 둔 교육은 학교를 넘어서, 가정,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다. 공감은 전북, 강원도에서 소수자 학생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위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길 희망하여,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서울, 경기도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학교현장에 뿌리내려서, 인권이 꽃피는 학교가 될 때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펼칠 계획이다.


글_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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