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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여성인권

전국 성산업 이주여성 사례 연합회의 주최




 


지난 4월 25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제5차 성산업 이주여성 사례 연합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된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전국 단체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의정부 두레방, 평택 두레방 쉼터, 국제이주기구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서울사무소, 공익법센터 어필, 그리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총 7개의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부산 ‘살림’은 초량 지역에서 진행한 아웃리치(지역 주민에 대한 기관의 적극적인 봉사활동) 현황과 진해 마사지 업소에서 발생한 태국 여성의 인신매매 피해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살림의 사례를 통해 국제적으로 구조화된 인신매매 범죄의 행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주여성이 태국,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인신매매되는 과정에는 수많은 브로커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브로커가 동행 감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SNS 등을 이용해 이주여성을 실시간으로 감시·관리하는 방식으로 이주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사지 업소에서의 생활도 CCTV에 의한 감시와 외출 제한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여성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SNS를 통해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금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심리적·무형적 감금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수사관행의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식’의 문제였습니다. 강요로 성매매를 하게 된 인신매매 피해여성을 ‘피의자’로 바라보는 수사기관의 편견은 뿌리 깊었습니다. 그 때문에 인신매매 피해 이주여성들은 고스란히 2차 피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는 군산 아메리카타운으로의 아웃리치 경험을 생생하게 공유해주었습니다. 전북 센터는 성산업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이주여성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군산 아메리카타운에 있는 외국인 전용업소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업소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대치하는 상황을 겪는다고 해서 참석한 활동가들 모두 안전을 우려했습니다. 지역 경찰과의 동행을 추천한 의견에 대해 경찰이 함께 가면 업주들이 자극받아 오히려 더 적대적으로 반응한다고 합니다. 인권 현장 최선두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도 고민스러웠습니다.


 


평택 두레방 쉼터와 국제이주기구 서울사무소가 함께 귀환 지원을 한 콜롬비아 여성들의 피해 사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이주여성 인신매매 피해 사례는 주로 필리핀, 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신매매조직의 손길이 심지어 남아메리카에까지 뻗쳐 있었던 것입니다. 인신매매 범죄의 행태는 아시아에서의 행태와 거의 유사했습니다.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현지 여성을 기만·유혹해서 한국으로 이주하도록 한 뒤에는 성매매 업체에 인계해서 성매매를 알선·강요당하게 한 것입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인신매매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제정과 관련된 활동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미국, 유럽에서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 제도를 조사해서 활동가들과 공유했습니다. 국외 입법례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사항은 기존에는 인신매매 범죄의 처벌에 방점을 두었던 국가들이 피해자 보호로 정책 전환을 해왔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에 수사 및 재판에 협조할 것을 조건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접근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이러한 다른 나라의 입법례와 비교되게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통합적인 법률이 없습니다. 올 3월 국회에서 인신매매죄가 신설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반가웠지만,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법 규정 때문에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신매매 범죄를 처벌하기란 요원해 보입니다. 인신매매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 제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더불어 ‘처벌’에서 나아가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또한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인신매매 피해자는 정당하게 보호받고, 인신매매 범죄자는 마땅히 처벌받는 것이 진정한 정의 사회가 아닐까요.


 


 


 


글 _ 조윤현 (17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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