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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취약 노동

장애 청소년에 대한 경찰의 위법수사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청구소송 승소

 

서울의 한 아파트에 빈집털이가 반복되었습니다.

 

관할 파출소는 주민들의 거듭된 신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파트 비상계단에 노숙 중인 청소년 A에 대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A를 파출소로 데려와 조사하였고, A는 친구인 B와 함께 절도를 하였다고 진술했습니다. 새벽 1시경 B의 집에 찾아간 경찰관들은 B와 그 아버지에게 파출소로의 동행을 요구합니다. 밤샘 조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경찰은 수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파출소 밖으로 나가게 했습니다. 현장조사를 나가는 순찰차량 안에서 경찰관들은 고함을 치고 어깨와 등을 내리치고 도망칠 수 있다며 수갑을 채웠습니다. 이러한 강압수사를 겪고 허위의 자백을 해야 했던 B는 지적장애 2급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습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지닌 불가침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국가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이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경우 수사단계에서 자유권 행사에 어려움이 많으므로 국가는 이들의 평등한 권리 행사를 위한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할 책무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개정 형사소송법’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의자를 신문할 때 신뢰관계자를 동석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서는 “장애인을 상대로 수사를 할 때 장애인 본인 또는 관련전문기관으로부터 장애유무 및 등급 등을 미리 확인하고 장애유형에 적합한 조사방법을 선택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6조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

 ⑥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유

사법기관은 형사 사법 절차에 앞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지 장애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

◇ 주요내용

라. 사법기관은 형사 사법 절차에서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 관련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도록 함(법 제26조제6항).

위 규정은 2010. 5. 11. 법률 제10280호로 일부개정된 것인데, 개정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적장애는 경우에 따라 한눈에 의사소통 관련 장애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사법기관은 사법절차에서 장애인을 차별하고서도 장애여부를 알지 못했다는 변명을 할 수 있어,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려는 입법취지에 일부 미비점이 확인되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입법자는 사법기관에게 의사소통 관련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도록 의무규정을 두었고 이를 문헌상으로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감은 B를 대리하여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경찰의 위법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과정에서 공감은 ①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사실상 체포·구속한 점, ② 원칙적으로 금지된 심야조사를 본인 및 보호자 동의 없이 강행한 점, ③ 미성년 장애인인 B를 수사하면서도 신뢰관계자 동석 규정을 위반한 점, ④ 특별히 수갑을 사용할 이유가 없음에도 경찰장구를 위법하게 사용한 점 등 경찰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하였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수사에 임한 경찰관이 B의 장애여부를 알 수 없었기에 수사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공감은 법률의 규정,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개정 취지를 상세히 밝히며 피고 주장을 반박하였고, 법원은 경찰의 위법수사를 모두 인정한 후 피고 대한민국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9. 선고 2015가단5321684 판결 )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경찰은 항소를 택했습니다.

 

경찰의 위법한 강압적 수사에 허위 자백을 해야 했던 B와 부모님은 오랜 기간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위법한 수사로 자백을 강요했던 경찰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채 항소를 한 모습에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 역시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또 미비점이 개정된 지도 6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본 판결이 아직까지도 법률의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경찰의 수사 방식에 제동을 걸고, 위법한 수사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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