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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장애인권

자폐인 옹호를 위한 국제적 움직임, 공동의 노력을 위하여 – 2013 한-미 자폐인 옹호 국제 컨퍼런스 참가 후기


 

 

 

 

지난 11월 1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한-미 자폐인 옹호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총 세 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 미국 Autism Speaks의 Andy Shih 박사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 한국과 미국의 자폐성 장애 관련 정책 동향  ▲ 한국과 미국의 자폐성 장애 옹호 및 부모운동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펜실베이니아대학 병원, 한국자폐학회 등 각 기관과 단체에서의 발표가 차례로 진행되었다. 공감은 장애인권 옹호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이에 염형국 변호사가 ‘한국과 미국의 부모운동과 옹호에 대한 토론’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Autism Speaks (오티즘 스픽스: 미국의 대표적 자폐옹호 단체)

  Autism Speaks는 Andy Shih 박사의 기조강연과 매튜 애스너 캘리포니아 지부 이사의 발표로 국제 컨퍼런스의 자리를 빛내주었다. Andy Shih 박사는 2006-2013년까지 전 세계적 인식개선, 연구 확대, 서비스 강화 등 다방면에서의 Autism Speaks 활동을 소개하였고 4월 2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 선정과 푸른 등 켜기 캠페인 등 성과가 눈에 띄었다. 더불어 자폐에 관련된 원인, 예방, 치료, 그리고 완치 여부에 관련된 글로벌적 생의학 분야의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는 점은 자폐인 옹호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환기시켜주었다.

 매튜 애스너 이사는 기조강연에서의 내용보다 구체적인 활동 사례를 소개하였다. 자폐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통로로써 공익방송 캠페인, 인지도가 높은 각종 행사 및 언론의 노출, 유명 회사들과의 파트너십,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용방안 등을 설명하였다. 특히 5년에 걸친 공익광고의 변천과 이에서 비롯한 자폐인식 캠페인의 성공도 설문조사 결과가 인상적이었다. Autism Speaks의 국제 컨퍼런스 참석으로 자폐인 옹호에 대한 국제적 파트너십 증진을 기대할 수 있었다.  

 

자폐인 옹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방안

 Session 2와 3에 걸쳐 각 기관과 단체에서 자폐인 옹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 서비스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1. 자폐성 장애의 개념 및 현황 2. 실태 3. 지원방안을 발표함으로써 우리나라 자폐 장애 등록 현황은 전체 장애인의 0.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과 의료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조기 진단 부분에 있어 의심은 빠르나 적절한 진단이 미흡한 상황이고 발달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복지 지원의 ‘양’은 많지만 실제로 지원되는 제공량은 매우 부족하여 수요와 공급이 매우 불균형적이라는 등 객관적 통계자료에 기초하여 실제 국내 자폐인들의 현황 및 실태를 알 수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이 수요 충족에는 부족한 것을 인정하며 지금까지의 지원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과제를 권리 보호, 보건과 의료, 복지 서비스, 고용과 노동 등 구체적으로 나누어 발표한 것이 특징이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어린이병원은 미국 발달장애인 법 관련 제도의 실제와 추진경과를 그래프, 지도, 사진자료를 활용하여 시설 보존보다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위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미국 내 정책의 방향을 소개하고 장애인 교육법, 메디케이드(자폐 케어 관련 법규), 장애인 보호법과 행동경제학을 각종 설명과 경과보고까지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국외 자폐 관련 선진모델을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이경아 박사는 “한국의 발달장애 부모운동과 옹호”라는 주제로 발달장애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옹호하기 위해 벌이는 사회운동에 대해서 초기의 인식 변화와 제도의 개편에 대한 미디어를 통한 영향 (KBS 다큐스페셜, 영화 말아톤, 수영선수 김진호 씨의 삶, 드라마 굿닥터)부터 최근의 흐름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자폐인의 부모로써 열일곱 살이 된 아들 승기의 모든 노력과 성장에 감사함을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과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당부로써 자폐성 장애 자녀를 둔 부모, 그 가족을 지원하려는 사람들에게 도구적 시각을 가지지 않을 것을, ‘가족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어줄 것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이외에도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서울대학교 병원에서의 발표가 있었으나 시간 관계상 초기 진단에 대한 국가적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간단히 마무리하였다.

 

한국과 미국의 부모운동과 옹호에 대한 토론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권리옹호(advocacy)는 장애인, 노인, 아동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계층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련의 행위를 직접 대변․옹호․지지․장려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미국 Autism Speaks 활동을 살펴보며 국내에서 이를 보완할 점을 중심으로 크게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하였다.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의 권리옹호를 위해서는 첫째, 자폐인 부모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카페 ‘발달장애정보나눔터’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나, 미국의 Autism Speaks에서 다양한 안내자료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과 같이 안내자료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둘째, 근래 들어 다양한 법 제도들이 마련되고 있으나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 부모들이 법적 지식을 모르는데서 권리옹호에 문제가 발생하는 점을 들어 법적인 지식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셋째, 자폐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언급하였다. 무엇보다 다른 권리옹호 형태의 궁극의 목적이 되는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자기의 의사를 표명하는 자기 권리 옹호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폐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년후견제도가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 사회적 차원의 권리옹호를 위해서는 첫째, 역시 Autism Speaks에서도 중점을 두고 있는 ‘인식개선 활동의 확대’를 이야기하였고 둘째로, 지난 2012년 5월 김정록 의원실을 통해 발의하였으나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은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해 발달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좀 더 힘을 모아 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사회와 국회에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함을 마지막으로 셋째, 장애인 부모운동이 사회운동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기 위해 다른 단체들과 끊임없이 네트워크를 맺고 연대하여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국제 컨퍼런스 전반에 걸쳐 소개된 다양한 관련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면서 특히 ‘권리옹호’를 위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발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국제 컨퍼런스를 다녀와서

  이번 한-미 자폐인 옹호 국제 컨퍼런스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보건복지부와 미국 Autism Speaks가 공동으로 자폐인과 그 가족들 그리고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의 첫걸음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그래서인지 자폐인 관련 단체들의 부스 운영을 통한 행사 구성과 컨퍼런스의 다양한 토론 패널(정부, 해외 단체, 국내 단체, 공감 등),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육용 게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도 있었고, 특히 컨퍼런스를 통해 자폐인에 대한 배경지식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마주 앉아 자폐인 권리옹호를 위해 머리를 맞대어 의논하고 나누는 ‘자리’ 그 자체에서 오는 감동이 있던 것 같다. 모든 사안이 그렇듯 권리옹호라는 것은 일방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므로 초기 진단의 국가적 시스템이든, 가족의 역량 강화든 자폐인의 자기결정권이든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마지막 질의응답시간까지 회의장 안 공기가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이어졌는데 자폐인 당사자의 열정적인 질의에 순간 들었던 생각은 그와 마찬가지로 정작 자폐인 옹호를 위한 국제컨퍼런스에 자폐인 토론 패널이 없었음에 혹은 조금 더 자폐인 당사자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주된 컨퍼런스가 이루어질 순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역시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것. 국제적인 협력의 첫걸음을 떼었으니 이제 차근차근 자폐인 권리옹호를 위해 ‘함께’ 걸어가는 장면을 기대해본다.  

 

                                                                                                                                                                                                글_조미연(18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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