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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와 난민

[이주와난민]UN난민기구전문가라운드테이블

지난 7월 6일부터 8일까지 유엔난민기구가 튀니지 튀니스에서 주최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했다. 이 회의는 다양한 이주의 형태, 특히 정규적이지 않은 미등록 이주의 형태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유엔난민기구의 계획을 구체화하고 심화시키기 위한 회의였다. 특히 이 회의에서는 처음 이주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이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이들의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유엔난민기구, 국제이주기구 등 국제기구와 여러 나라의 외교부, 법무부, 내무부 정부 관료들, 그리고 여러 국제 혹은 국내 NGO들의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많은 주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는데, 입국 시에 당장 필요한 것들, 인신매매 피해자의 확인과 보호, 아동의 필요의 확인, 난민신청자의 확인과 보호, 여성피해자의 확인과 보호, 그리고 분류와 의뢰 시스템 등에 대하여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국 상황을 염두에 두고 논의에 임했을 때 무척 혼란스러웠다. 입국 시 혹은 소위 ‘단속’ 시 미등록 이주민을 ‘불법입국자’ 혹은 ‘불법체류자’라는 단순한 분류를 통해 구금과 강제퇴거의 대상으로밖에는 바라보지 않는 현재 한국의 출입국관리정책 하에서 이러한 논의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나마 법문 상으로는 난민신청을 하려는 이들을 위한 임시상륙허가라는 제도를 두고 있지만 이 조차도 난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출입국당국에 의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미등록 이주민의 분류와 보호에 대한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한 한국의 상황은 많은 참가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반면에 일부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들 이주민에 대한 정신건강점검시스템이나, 국제기구, 정부기관, 그리고 NGO가 함께 이들 이주민에 대한 분류와 보호를 위한 활동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의 사례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완성된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없었지만 적어도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질문을 하나 할 때에도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 것인가,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들은 이주민 문제를 접근하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소위 “불법체류자”는 여전히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상의 ‘재한외국인’에도 포함되고 있지 못하고 한국인 가족구성원이 없는 이주민가족은 다문화가족지원법 상의 ‘다문화가족’에 포함되지 않는다. 거의 모두 정부부처에서 유행처럼 언급되는 ‘다문화’의 광풍은 국가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에 입각한 단일문화주의의 가면에 불과하다. 미등록 이주민은 대부분의 경우 그 보호의 필요성이 논해지기 이전에 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된다. 폭력적인 단속은 계속되고 있고 피부색만을 가지고 “불법체류자”를 색출하는 인종주의적인 접근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얼마전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에서 난민신청 후 1년이 지난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취업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자, 법무부는 그 시행령에서 사실상 그 경과규정을 삽입하여 그 적용을 1년이나 늦춰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15년간 2,000여건의 난민신청 중 작년까지 약 800건만을 심사하여 원성을 샀던 법무부는 올해 들어서는 마치 쓰레기 청소하듯이 2시간만에 100여건씩을 처리하는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그리고 난민 등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주민과 난민의 문제는 다른 많은 인권 현안에 밀려 관심이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는 점점 더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한국사회의 인권수준의 기본적인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이주민과 관련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난민과 관련된 난민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중요한 법안들이 심의될 예정이다. 이러한 법안의 제개정과 관련된 논의가 한국사회의 이주민의 대한 인식과 이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보호의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글_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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