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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와 난민

이주노동자들을 대리한 숙식비 청구소송 승소

ⓒ the L

 

 

이주노동자들은 숙식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잠자리는 임시적인 것이며, 식사는 해결해야 할 난제입니다. 한국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내국인들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입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삶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불안정하고 부실합니다. 특히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중 십중팔구는 숙식 때문에 사업주와 마찰을 빚습니다. 열악한 숙식 환경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사업주들이 숙식비를 일방적으로 책정하는 것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저항할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사업주들은 임금을 덜 주기 위한 수단으로, 혹은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숙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라찬티(가명)를 비롯한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도 숙식 문제 때문에 소송을 당했습니다.

라찬티를 비롯한 3명의 이주노동자들은 2014년 한국에 입국해서 충북의 김치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원래 일하기로 한 사업장은 다른 곳에 있었으나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이들을 외진 곳에 있는 김치공장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이들은 정해진 근무 장소가 아닌 곳에서 일을 하고, 4개월 간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고용센터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참고로 E-9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회사를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을 때에는 고용센터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해서 법령에서 정하는 사업장 변경 사유가 있다는 것을 해명해야 합니다. 

법을 위반하고 있던 사업주는 결국 라찬티를 비롯한 3명의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기숙사에서 짐을 옮기려 하자 갑자기 사업주는 그간의 숙식비를 달라고 하며 기숙사 문을 잠그고서는 짐을 옮기지 못하게 했습니다.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야 이들은 짐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급기야 사업주는 2015년말경 3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숙식비 청구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사업주가 숙식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숙식비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밀린 숙식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공감은 이주노동자들을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공감은 숙식비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당사자들 간에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한국에 입국하기 전 캄보디아에서 받았기 때문에 계약 내용에 관해 합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공장 옆에 있는 기숙사의 좁은 방 한 칸에서 세 명이 함께 거주했다는 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숙식비 청구는 사업장 변경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전지방법원은 2016. 6. 29.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라찬티를 비롯한 3명의 노동자들에게 승소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단지 3명의 이주노동자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이 판결이 숙식 및 숙식비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글_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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