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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교육·중개

[월례포럼] 이주아동에 대해 아시나요? –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님과 함께

 

 

당신은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해 알고 있나요?


 
이주아동인데 ‘미등록’ 상태인 아동들이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불과 한 달 전, 미등록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공청회를
통해서였다. 당시에는 ‘미등록’ 상태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이고, 왜 발생하는지, 해당 아동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국내의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대개 부모가 미등록 외국인(체류자격 없이 한국에서 거주하는 것을 말함)이거나, 부모가 가족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비자로
한국에서 체류하다가 아이를 출산한 경우(이 경우 아이에게 체류자격이 부여되지 않음)이거나, 아동 자신의 체류자격이 만료되어 미등록이 된
경우이다. 한국정부는 이들에 대해 등록되어 있지 않으니 불법이라고 몰아세운다. 존재가 불법이니 보육권, 교육권, 건강권 등이 제대로 보장될 리
없다. 이러한 미등록 이주아동이 현재 20,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얼마 전
미등록 이주아동 권리보장기본법 발의를 앞두고 공청회가 개최되었고, 기본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월례포럼은, 그에
즈음하여 이주와 인권연구소의 김사강 연구위원님과 함께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을 바탕으로 이들의 삶을 조명해보고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의적절한 기회였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처한 현실은?

 

 
 테렌스는
어렸을 때 미국에 건너가 불법체류 중인 한국인이다. 미 서부 명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 대학원에 합격하여 입학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미국 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Dream 법안을 지지하기 위해 만든 동영상의 주인공이다. 김사강 연구위원님께서
보여주신 영상 속 그는 칠판 위에 미국이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을 보장할 경우 얻게 될 효과를 거침없이 계산해 나간다. 테렌스의 설명이 갖는
설득력을 떠나서 테렌스가 공공연하게 자신이 미등록 이주아동임을 밝힐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테렌스는 인터넷에 동영상을 게시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리 내어 자신의 논리를 펼치기까지 한다. 또한, 그는 다른 미국 국적 학생들처럼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녔고, 대학원에 합격하는 등 ‘미등록’ 상태와는 무관하게 성공적으로 학업을 지속해왔다. 

 

 

  반면,
한국에 사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에서 미등록 상태로 있는 자국민의 숫자를 관리하려는 일부 대사관의 거부 등으로 출생등록조차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맞벌이 가정이어도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보험가입이 안 되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보육지원은 상상할 수도 없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도 취학통지서가 날아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한국
시스템이 낯설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부모도 있다. 무사히 학교에 입학한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체류권이 없기에 언제,
어떻게 단속되어 본국으로 추방될지 알 수 없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또래 학생들과 달리 자신 명의의 인터넷 가입, 휴대폰 개설, 비행기를 이용한
수학여행 등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마음껏 꿈꿀 여유도 없이 그저 숨죽이고,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감사히 학교에 다녀야
한다. 


  실제로
1년여 전 몽골 출신의 미등록 아동인 민우는 학교에서 싸움을 말리다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돕던 중 미등록 사실이 밝혀져 단 5일 만에 보호자도
없이 강제퇴거 조처되었다. 민우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익숙하고, 몽골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낯선 곳으로 보내져 학업의 연속성이 끊긴 상황이다.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한 어른들은 민우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점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불법이니 떠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하지만 민우는 정말 ‘불법’을 저지른 것일까. 과연 이러한 조치가 공평하고 합리적인
것일까.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인 처우는 무엇일까


  아동이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990년에 발효되었다. 인권 선진국임을 표방하는 한국은 이 협약을 1991년에 비준하고
가입하였다. 헌법에 따르면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이 협약은 구체적으로 ‘당사국은 자국의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아동에 대해서 부모의 출신 및 신분에 관
계없이,
출생신고(7조), 보육시설(18조) 및 의료시설(24조) 이용, 사회보장(26조) 및 교육(28조)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사강 연구위원은 협약 가입 이후 한국이 유엔에 제출해온 인권 보고서들에 관한 유엔 위원회의 논평을 보여주셨다. 특히, 유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위원회의 논평은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한국의 인권침해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그 내용은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법적으로
명백히 보장된 권리임에도 일각에서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한국을 위해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다하지 않기에 권리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규정된 권리는 ‘아동’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아동이 현재, 혹은 미래에 걸쳐 특정 사회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조건부로 주고 말고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아동에 한해 이러한 권리를 명시하는 것은 아동기라는 생애 시기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아동기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며, 성장이 빠르게 진행 중인 불완전한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은, 인간답게 살 권리는 물론이고 성인과 달리
특별한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아동기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아동’이라는 범주에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미등록’이라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되어 당연한 권리마저 빼앗기는 실정이다. 또한, ‘이주’ 아동에 대해 편견 가득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책임 없이 권리만 요구하는 몰염치한 외국인’이라는 어이없는 비난까지 퍼붓는다. 아동으로서의 권리는커녕 미등록이라서, 이주배경이라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 인권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2014년의 대한민국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의 중요성


  지난 4월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정부 각 부처의 담당자들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법적 지위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도 아닌
아이에게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되풀이했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은 의도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기에 불법의 주체로 보기
어렵다. 또한, 취지에 공감한다는 정부가, 미등록 이주아동은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보장을 위한 법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한국’에 살고 있기에, 권리의 사각지대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법으로써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취지에 공감한다는 인권선진국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불과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에 맞추어 법 제도와
사회 구성원의 의식 또한 서로 다른 속도로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겪는 인권침해는 이러한 속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열쇠를 쥔 법무부 및 관련 부처의 변화 속도는 너무 느리다. 아동의 생애 시기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아동기 인권침해가 미치는 영향은 중대하며 돌이킬 수 없다. 즉, 변화가 시급하다. 이번 월례포럼이 변화에 속도를 더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_박다혜(19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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