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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 교육·중개

[월례포럼] 빈곤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복지제도

지난 4월 28일 오후 아름다운 재단 대회의실에서 한국 빈곤의 현실과 반빈곤운동이라는 주제로 월례포럼을 진행하였다. 최예륜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님은 단정한 단발머리에 작달만한 몸집, 대학생처럼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계셨다. 반빈곤운동을 이끄는 빈곤사회연대를 책임지는 분이라고 하기에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인해 처음에는 살짝 놀랐다. 하지만 강연을 하면서 그 분이 뿜어내는 열정과 빛나는 눈은 남달랐다. 이런 것을 두고 외유내강이라고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사무국장님은 빈곤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사무국장님이 활동을 하면서 만나본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1. 남편을 일찍 사별하고 자녀 셋을 키우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식당일을 하였던 74세의 할머니. 열심히 일했지만, 거주지가 없고, 자산이 없고, 교육 수준이 낮았기에 빈곤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막내 아이는 어릴 적에 다른 집에 입양을 시켰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할머니만 홀로 쪽방촌으로 흘러들어왔다. 거동이 불편하지만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고 한 달 급여로 4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할머니도, 자녀가 있기 때문에 부양의무자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2. 화물차는 지입차라는 특수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트럭 운전자는 개인의 돈으로 화물차를 사면서도 명의를 화물운수회사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를 지입차라 하는데, 이는 화물운수 노동자에게 과도한 부담과 불안정한 경제적 지위를 제공한다. 한 화물트럭 노동자는 몸이 아파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차에 부과되는 각종 비용의 누적으로 인해서 빚더미에 오르게 되었고 결국 화물차를 팔 수밖에 없게 되었다. 화물차를 팔고 받은 돈은 대부분 빚을 갚는데 쓰였고, 지금은 겨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더이상 되지 않는다.


 


   3. 상도 4동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는 달동네이다. 최근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철거 용역 800명이 투입되어서 철거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이 되었다. 명도집행이란 이름하에 무조건적으로 철거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쳤다. 철거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인데, 안전 장비도 없이, 산재보험도 없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집이 석면 슬레이트로 지어졌는데, 이에 대한 안전 조치 없이 무작정 집을 허물었다. 허무는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자신이 소유한 집이 없고, 둘째, 병에 걸렸거나 장애를 가졌다. 이러한 경우 일을 하다가 부상을 입거나 병을 얻으면 아무런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빈곤의 나락에 빠져버리게 된다. 그리고 빈곤의 나락에 한 번 빠지게 되면 다시 이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사무국장님은 말하였다.


 



 


복지제도는 이러한 빈곤의 위험에 있는 사람이나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빈곤의 문제를 사회구조가 아닌 개인의 나태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이런 빈곤 문제는 당사자 가족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사무국장님은 말하였다. 예를 들어, 종로구 할머니의 사례뿐만 아니라 사실상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단절된 경우나 부모가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시설에 맡긴 경우에도 부모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화물운수 노동자의 사례와 같이 빈곤 앞에서 가족은 정부가 말하는 대로 빈곤을 막는 방패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빈곤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의 유인물에 있는 표는 IMF 외환위기 이후로 절대 빈곤율이 대체적으로 낮아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절대 빈곤율은 최저 생계비 이하를 벌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하지만, 사무국장님은 절대 빈곤율의 감소 추세 이면에 최저 생계비 기준이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현재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한 달에 약 50만원으로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30% 수준이고 이 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절대 빈곤율이 낮아지는 것은 반드시 빈부격차가 줄어들어서 생긴 결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켰다. 상대 빈곤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현실은 오히려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사회 서비스를 여러 가지로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분명한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로 무분별하게 지원이 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사무국장님은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5~6년 전에 일자리 문제 해결과 사회서비스 분야의 확충을 모토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바우쳐 (상품권) 정책을 실행하였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바우쳐 정책의 시행은 관련 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과다경쟁과 비리가 난무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사회서비스를 위해 고용되는 사람들마저 낮은 시급의 굴레에 묶이게 되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당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무국장님은 기초생활수급권자에 속하지는 않지만 빈곤과 밀접하게 연관된 세 계층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1. 철거민 – 왜 철거민이 이렇게 많이 발생하고 있는가?


과거에는 재개발이 주거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광역개발형태로 이루어져 금융권 허브, 수상도사, 디자인 메카 등의 이름하에 광범위한 개발 모습을 띠고 있다. 이런 광범위한 개발 가운데에서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또한 발을 떼기도 쉽게 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정책적 혜택을 입는다. 하지만 철거민은 형식적인 감정평가를 통해서 아주 적은 보상만을 받고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도시개발지역에 거주하다 밀려난 사람들은 서울의 다른 도시개발지역을 전전하다가 결국 대부분 경기도 외곽까지 밀려나게 된다. 이 가운데에서 직장 이동의 문제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 노점상 – 노점상은 빈민이 아니지 않은가? 왜 빈곤문제를 이야기할 때 함께 다루어야 하는가?


최근 정부의 시책으로 종로 노점상인들은 이면도로, 즉 큰 길 안의 쪽도로로 이동하도록 조치를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상가상인들과 노점상인간의 다툼이 발생하였고, 많은 노점상인들이 생계를 이을 수단을 잃어버렸다. 이에 정부에서는 동대문과 보문동으로의 이전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이 과정에서 또한 노점상인들은 거의 사장되다시피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정부에서 대안을 제시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가락시장의 경우 현대화를 명목으로 무작정 노점상인을 몰아내는 소동이 있기도 하였다.


노점상을 빈민이 아니라고, 수입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노점상인에게 매우 적대적인 정부의 정책이 계속 유지되어서는 노점상인들이 아무런 사회안전망 없이 언제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3. 노숙자 – 노숙자 폭행 사건에 관해, 그리고 사무국장님이 만나본 노숙인들.


얼마 전에 서울역에서 노숙자를 공익근무요원 2명이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올라온 트위터의 의견들은 대부분 노숙인을 욕하고 비난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드시 노숙인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홈리스 행동에 참여를 하면서 만난 노숙인들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술을 드시나요.” 그러자 그들은 길에서 자면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모멸감 등을 잊기 위해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다고 대답을 하였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것까지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위에서 말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들을 공통적으로 겪어왔고, 이것이 자포자기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이 개인만의 문제인 것일까? 노숙자 문제 이면에 있는 사회구조적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뒤이은 질문 시간에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부터 바우쳐 제도, 근로장려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회 제도에 대해서 평가하고 질문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특별히 질문자 분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사각지대와 불합리한 수급자들에 대해서 염려가 많았다. 기초생활수급비 30만원을 받고 제일 먼저 담배 두 갑을 사는 노숙자, 그리고 일을 전혀 안하면서 한 달에 200만원에 가까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다섯 아이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단순한 지원과 보조금 지급만으로는 근본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나 또한 위의 예를 보면서 빈곤의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근로 의욕을 불러일으켜 다시 자신의 삶을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복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빈곤한 사람들 중에서 정말 근로 의욕이 있지만 사회 구조로 인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없는 사람들과 그러한 의도 없이 기초생활수급비에만 의존해 사려는 사람들을 구분해내기가 힘들다. 아니 한 사람 내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섞여있을 때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현명한 복지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번 월례포럼을 통해서 많은 궁금증이 해결되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질문과 숙제들을 안은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빈곤, 가난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 한꺼번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솔직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빈곤문제는 반드시 어떤 한 단체나 한 개인이 아니라 여러 시민단체들의 연대를 통해서 조금씩 개선시켜나가야 한다는 사무국장님의 말이 새삼 와 닿았다. 대한민국에는 복지 제도가 감싸주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만큼 많은 삶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글_박형수 (13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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