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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교육·중개

[월례포럼] 기본소득을 아시나요?




 


 


“기본소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국민 모두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급해주는 것 말야.”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돈을 준다고?”
“응. 갓 태어난 아기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인에게 주는거지. 아무런 조건 없이, 일하지 않아도.”
“그건 말도 안 돼!”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소득. ‘기본소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말도 안되는 말’이라고. 지난 5월 27일, 공감에서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곽노완 교수와 함께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규모 단위로 시험적인 실행을 마친 나미비아, 2004년에 기본법을 제도화하고 시행을 기다리는 브라질, 막대한 석유 판매 수익금을 재원으로 일종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 알래스카 등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준비하거나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몇 있긴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조차 잘 모르는 이가 더 많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비교해보면 기본소득을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은 3%정도의 국민에게 가구당 지급되는 것인데 반해,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지급된다. 기초생활보장은 최저 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의 경우 받지 못하지만, 기본 소득은 추가적 수혜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을 하면서 임금이 적은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부의 원천이 더 이상 노동뿐 아니라 일반지성 및 지식을 포함하고, 이러한 비물질 노동도 부의 원천이라고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네그리라는 학자는 “대중지성의 형성에는 모든 사람들이 기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다. 나도 기본소득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소득이 생긴다면 반대할 이는 누가 있으랴. 그런데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세 가지 궁금증.


 


궁금증 하나. 그 막대한 재원은 어디서 구할까? 곽 교수가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투기소득과 불로소득이 재원 중 하나이다. 가처분 GDP(순수하게 생산된 것)는 자본소득(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 지대 소득, 전체의 38% 차지)과 노동소득으로 이뤄지는데 이 때, GDP에는 계산되지 않는 투기소득이라는 것이 있다. 고율의 양도차액세를 물려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쓴다면 주가는 굉장히 폭락할 것이고 저가의 유상몰수가 가능한데, 이렇게 되면 가처분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투기소득과 불로소득을 줄일 수 있다. 290조원의 재원을 만드는 것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힘들지 않다는 진보적 모델이다.


 


하지만 투기, 불로소득을 없애는 것은 자본주의의 소유관계를 사회적 공유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즉시 시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많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본소득은 꼭 현금의 형태로 지급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물의 형태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슈가 되었던 무상급식도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고, 대중 무상 교통이나 아동기본소득 등의 형태도 있다.


 



두 번째 궁금증.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하려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게으른 자들은 먹지도 말라는 사도바울의 이야기처럼, 이는 좌파와 우파를 불문하고 인류가 공유해온 생각”이라며 “이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한국 사회에서 불로소득과 투기소득의 상당부분이 노동과 무관한, 노동하지 않고 남의 것을 착취하는 형태였고, 그렇다면 현대자본주의는 게으르지만 운이 좋았고 가족을 잘 만난 사람들에게만 좋은 것이라는 게 곽 교수의 생각. 그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일하게 되는 사람과 일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80%정도 선에서 제로섬이 되고, 20%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비슷한 맥락에서 GDP를 기준으로 볼 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오히려 생산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곽 교수는 “완전고용이 되어있다는 전제에서는 그것이 옳은 말이지만 청년 실업을 포함해 실업률이 20% 이상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들 상당부분이 취업 될 것이고, 구매력이 커지면 오히려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 궁금증. 기본소득의 지급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 지급된 소득의 가치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산된 GDP의 분배방식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인플레이션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곽 교수의 입장이다.


 


식품과 관련된 소비재에 있어서도 돼지고기를 포함해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 한편 탄소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마련하면, 도시가스, 전기세 등에서 상승압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기본소득을 더 많이 주기 때문에 소득감소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현재 곽 교수가 활동하고 있는 기본소득네트워크는 작년 2월에 창립되어 현재 가입자는 442명 정도(2010년 5월 27일 기준)이다. 가입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민주노총 내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있고, 교수노조에서는 3대 정책으로 채택되었으며 사회당에서도 강령으로 채택되었다.


 


곽 교수는 “(기본소득은) 생소해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이득을 주고, 협력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진보운동의 확장과 주체형성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글_11기 인턴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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