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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국제인권

우즈베키스탄 목화농장 아동노동 실태 토론


 


대선 정국의 막바지로 어수선한 분위기 이어졌던 지난 12월 13일, 국회시민정치포럼, 박원석 의원, 국제민주연대, 공익법센터 어필 공동주최로 『우즈베키스탄 목화농장 아동노동 실태와 한국기업의 책임』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우즈베키스탄 목화산업의 아동강제노동에 대한 국제적인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Cotton Campaign의 Matthew Fischer-Daly님과 International Labor Right Forum의 Sean Rudolph님이 본 토론회를 위하여 미국에서 방문하였고, 관련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일부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외국 참가자들과 공익법센터 어필의 정신영 미국변호사,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 등의 발제와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차장, 공익인권법재단 황필규 변호사,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 서여정 팀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우즈베키스탄 목화농장에서 국가 주도의 아동강제노동이 심각하고,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목화수확기인 9월부터 11월까지 학교는 폐교되고, 국가 공권력의 감시하에 수확이 이루어진다.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걸쳐 약 150~200만 명의 아동, 대부분 11세 이상이지만 불과 7세에 불과한 아동들도 강제노동에 동원된다. 매우 열악한 근로 및 생활환경하에 아이들은 쉽게 지치고, 건강상태가 악화하여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강제노동을 거부하면 퇴학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체벌 등 제재를 받기도 한다. 보수는 극히 적고, 식비 공제 등을 이유로 보수를 받지 못하는 때도 있다. 여기까지는 어느 한 부유하지 못한 나라의 억압적인 통치체제하에서 강제노동의 피해자로 전락한 아동들의 가슴 아픈 사연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우리나라와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일까? 



 




한국은 2010년 기준 우즈베키스탄에 자동차 부품 등 14억 3천9백만 달러 상당을 수출했고,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천연섬유사, 면직물 등 2천2백만 상당을 수입하여 수입액 대비 수출액이 65.4배에 이르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해외개발원조 중점협력 대상국으로 선정하여 2010년 기준 총 948.6만 달러 상당의 무상원조를 제공하는 등 동유럽 및 CIS 지역 국가 중 가장 많은 해외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개발원조의 내용 중의 하나는 현행 목화 농업의 장려도 포함되어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2개의 현지법인 등을 통해 생산하는 면사는 우즈베키스탄 내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전량이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도 대우인터내셔널과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면 펄프를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국내에 수입되어 지폐, 수표, 상품권 등 은행권 보안용지 및 정밀화학 제품, 신소재 섬유의 주원료로 쓰이고 있다. 얼핏 보아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성공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아동강제노동은 국제사회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가장 극악한 인권침해의 하나로 평가된다. 아동의 존엄성, 교육권, 건강권, 성장과 발달 등 아동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고 이는 한국이 가입한 국제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 ILO 최저연령협약, ILO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협약에도 명백히 위반되는 행위다.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의 상황은 한국 기업이 아동강제노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홍보하는 형국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폐가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우즈베키스탄 내 강제아동노동의 생산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동착취나 아동노동은 해선 안 되지만 사업 계속 여부는 우즈베키스탄의 지정학적 가치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2012년 국정감사 시 기획재정부 장관(박재완) 답변)는 정부의 입장이 과연 최선일 수 있는가? 



 




공감은 토론을 통해 아동노동폐지를 위한 활동은 아동노동폐지 이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즉 아동노동폐지 후 아동의 교육권, 건강권, 생존권 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해외개발원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공헌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동안 해외한국기업의 현지 인권침해 관련 활동이 왜 성공적이지 못했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과 더욱 광범위한 네트워크의 가능성, 창의적인 캠페인 활동의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했다. 또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도 관련된 주체들과 구제수단을 총망라하는 종합적인 활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극히 한정된 자원과 다수의 무관심 속에서 여러 인권침해 사례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야기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강제아동노동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위기관리’ 비용의 측면으로 접근된다면 진정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관련된 정부 관계자와 기업 책임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어떤 지폐든 꺼내 들고 그 안에 새겨진 우즈베키스탄 아동들의 강제노동에 지친 얼굴을 바라보라고.


 


 


글_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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