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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

영화 ‘친구사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분류 취소 판결





동성애와 청소년, 표현의 자유에 관한 최근 하급심 판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올해 초 주식회사 ‘청년필름’ 및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제작한 영화 ‘친구사이?’(감독 김조광수)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분류 결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영화 ‘친구사이’는 남성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군 복무 중인 애인을 면회 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20대 초반 남성 동성애자들의 현실을 그린 영화입니다. 2009년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와이드앵글부문 공식초청작으로서 ‘12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2009년 제3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국내단편 초청작으로서 ‘15세 미만 관람불가’의 등급으로 상영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9.12.14. 영화 ‘친구사이?’에 대하여 선정성·모방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의 등급분류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소송과정에서 ‘동성애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사건 영화의 주제 및 내용은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수용하거나 소화하기 어려워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규정은 표현의 자유 및 청소년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헌법에 부합되게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 ‘친구사이?’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한 것은 다른 영화와 비교할 때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관점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등위의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 제7부(이광범 수석부장판사)는 이 사건 영화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지만, 동성애를 직접 미화·조장하거나 성행위 장면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없다. 이 사건 영화를 관람하는 청소년들에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성적 자기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교육적인 효과도 제공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또한 동성애를 내용으로 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동성애에 관하여는 이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으며, 영화에 비하여 훨씬 더 큰 접근성과 파급력이 큰 TV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가 ‘15세 이상 시청가’의 등급으로 방송되고 있다”, “동성애를 유해한 것으로 취급하여 그에 관한 정보의 생산과 유포를 규제하는 경우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 속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평등권 및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영진법상의 ‘청소년관람불가’ 상영등급분류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동성애를 표현한 영상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다.’는 일반적(?)인 편견이 전혀 근거가 없는 차별임을 인정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분류에 관한 최초의 취소사례이기도 합니다.



영화 <밀크 (Milk, 2008)>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자’라는 구호 하에 동성애자 교사들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1970년대 미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동성애자 교사들이 아이들을 동성애자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니 동성애자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 편견, 비합리적인 공포심은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더욱 과장되고 확산됩니다. 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이 “동성애를 유해한 것으로 취급하여 그에 관한 정보의 생산과 유포를 규제하는 경우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 속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평등권 및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하게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판결문을 보면, 법원이 스스로 ‘동성애’에 대한 가치판단을 직접 하지 않고, “동성애에 관하여는 이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하여, ‘주장’으로 표현한 점입니다. 아직 한국법원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영등위가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 소송의 결과가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더 확장하는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항소심에서도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글_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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