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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교육·중개

아시아와 인권, 그리고 공감, 그 길을 묻는다 – 아시아 프로보노 교류회 (Asia Pro Bono Exchange) 참가기

 
공감은 공익법조모임 나우의 지원을 받아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보노 교류회(Asia Pro Bono Exchange)에 참가했다. 이 국제행사는 지난 몇 년 동안 별개로 진행되어오던 회의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PILNET이라는 단체가 주관하는 아시아 프로보노 지원센터 워크숍(8월 29일), 아시아 프로보노 포럼(8월 30일)과 BABSEA-CLE이라는 단체가 주관하는 아시아 프로보노 컨퍼런스(8월 31일-9월 1일)로 구성됐다. 한국에서는 법률사무소 보다의 정소연 변호사님, 사단법인 두루의 김용진 변호사님이 참석했고, 일본에서는 공감 자원활동 경험이 있고 Human Rights Now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창호 일본변호사님이 함께했다. 지난 10여 년간 이주, 난민, 기업과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 차원의 협력 사업을 진행해 온 공감은 이 행사를 그동안의 아시아 인권활동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첫날 진행된 아시아 프로보노 지원센터 워크숍은 아태지역 내 여러 공익법운동단체 혹은 프로보노 지원센터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좀 더 효과적인 활동모델을 모색하고 앞으로 지역 차원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공감은 주최 측의 요청으로 일부 그룹토론을 주재하기도 했는데, 우선 고정된 단체 혹은 센터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어떤 내용적, 조직적 지향을 가지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델이 가능함을 지적하고 공익법운동단체와 프로보노 지원센터 역할을 병행하는 공감의 모델을 아시아 지역 내에서 좀 더 확산되어야 할 하나의 모델로 제시했다. 억압받거나 축소되고 있는 시민사회라는 조건 하의 기존 단체나 센터의 발전방향과 관련해서는 지지·협력 기관 및 단체, 전문가 등의 확대, 기금조성의 다변화, IT의 적극적 활용 등이 언급됐다. 아시아 차원의 전망과 관련해서 공감은 연례 회의를 넘어서는, 함께 일하는 네트워크의 구성 방안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고 적어도 온라인을 통한 상시적인 정보 교류, 상호 자문, 공동 활동의 가능성 모색의 필요성이 강조했다.

 

 

 
그 후 3일간 이어진 회의에 공감은 호주의 프로보노 활동, 인신매매에 대한 초국경 대응, 중국과 인도의 프로보노 활동, 기업과 인권, 이주와 프로보노, 아시아 내 인권변론활동,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프로보노 등의 세션에 참여했다.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공간에서 아시아 내 인권변호사들, 인권활동가들과 함께해 온 공감에게도 아직 배우고 나누고 함께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회의 중간 중간에 “당신은 이번 회의를 통해 무엇을 얻어갑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졌는데 공감은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정도를 얻어가지고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아시아 차원의 인권변호사들의 네트워크가 이제는 단순한 지향이나 일회적인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고 공감이 이를 위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고 하여야 한다는 판단을 얻었다. 공감은 2007년 말부터 2년간 이주민의 인권 문제를 제대로 접근하기 위하여 이주민의 본국과 체류국의 인권변호사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법적 지원을 펼치는 모델을 구상하고 실행해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접근이 한 단체의 프로젝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단체들과 네트워크가 활동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Lawyers Beyond Borders, Justice Without Borders, International Pro Bono Alliance 등이 그 예이다. 이번 행사의 주최 측인 PILNET이나 BABSEA-CLE도 자신들이 지원한 변호사나 단체를 중심으로 느슨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Open Society Justice Initiative, Namati, 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등 단체도 연례회의, 교육프로그램, 메일링리스트 등을 통해 특정 지역 혹은 이슈별 느슨한 인권변호사 네트워크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이 단지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중복적이지 않으며 현실을 변화시킬 효과적인 조직적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법과 법률가는 사회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에 국한되는 접근은 형식적인 법의 변화, 개별적인 사건의 해결은 가져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히려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차별과 혐오, 배제로 표출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후퇴에 무기력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호주 Justice Connect의 접근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가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함께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델, IT를 십분 활용하여 NGO들에 필요한 제반의 법률정보를 제공하는 모델 등이 그 예이다. 국내적으로도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때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얼마나 파편적으로 활동하면서 문제해결에 나아가지 못했는지,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법적 접근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충분한 경험이 있었다.
 
셋째, 이번 회의는 국내에서와는 다르게 기업과 인권의 이슈가 아시아 차원에서도 얼마나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는지, 로펌이나 변호사협회 등이 이 문제에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인권 보장이 취약하다는 국가들에서도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한 얼마나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였다. 자사의 직접적인 고객이 아니면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프로보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다국적 대형로펌Herbert Smith Freehills 관계자의 진지한 언급,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 관련 옥시 본사의 대응에 대해 제대로 문제점을 조사해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문제해결에 나가지 않는 것은 25년 동안 문제를 질질 끌고 가겠다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국제적인 사회적 책임경영 자문회사 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 관계자의 지적 등은 참신하게 다가왔다. 한편 중국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과 개별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PILNET, Business and Human Rights Resource Centre 등 단체의 관계자들과는 앞으로 계속 논의와 정보교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아시아 내 인권에 대해 공감은 그동안 이런저런 네트워크를 통해, 그리고 개별적인 변호사단체 혹은 인권단체들에 대한 자문을 통해 소소한 기여를 해오기는 했다. 물론 공감이 그들과 나눈 것보다는 그들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받은 것이 더 많다고도 할 수 있다. 공감은 아시아 내 초국경적 공익법운동의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러한 흐름에 함께 함을 주저하거나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진정으로 인권을 생각하는 이라면 더 취약한 곳, 더 열악한 곳에 시선을 향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은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지루한 과정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인내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끊임없는 지지와 동참이.
 

 

글_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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