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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일반

사납금제 강요하는 택시회사에 불법행위책임 인정



 




지난 9일에 방송된 ‘무한도전 – 멋진 하루’를 보셨나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택시기사가 되어서 직접 택시를 몰며 시민들을 만나는 내용이었습니다. 시민들과 나누는 대화도 재미있었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택시기사들의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지금 한 2시간 했는데 2만 원도 못 벌었어요.”라고 말하는 정준하에게 택시기사들은 한 시간에 3,000원 벌이가 평균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멤버들은 “사람이 너무 없네”, “아, 외롭다”, “연룟값도 안 나오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결국, 멤버들 모두 사납금 10만 원을 채우지 못하고 자기 돈으로 사납금을 채워 넣는 상황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사실 사납금 제도는 법에 위반됩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택시기사로 하여금 받은 요금의 전액을 사용자에게 납부하고 사업자는 이를 수령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소위 ‘전액관리제’). 택시 기사가 받은 요금 중 일부를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택시 기사가 가져가는 사납금 제도는, 사업자의 탈세와 택시기사의 과속 운전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또한, 높게 책정된 사납금은 택시 기사의 노동 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택시회사는 사납금이라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포기하려 하지 않습니다.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여 택시기사들에게 사납금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합니다. 만약 택시기사가 사납금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온갖 불이익을 줘서 결국 사납금제를 택하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공감에서는 회사의 사납금 강요를 꿋꿋하게 버텨내다가 온갖 불이익을 입은 택시기사 4명을 대리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의뢰인들은 원래 월급제를 적용받는 택시기사였는데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회사는 의뢰인들에게 사납금제를 강요하였고, 의뢰인들이 사납금제의 적용을 거부하자 회사는 근무시간 단축, 자율근무제 폐지 등의 불이익을 주면서 사납금제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였습니다. 결국, 의뢰인들은 한 달에 백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회사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2011년 5월에 제기한 소는 1심에서만 무려 1년 8개월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 사이 두 분은 징계해고를 당했고(그 중 한 분을 대리하여 부당해고에 관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결정취소소송을 진행했는데 다행히 승소 확정되었습니다), 한 분은 정년을 이유로 퇴사를, 다른 한 분도 징계를 못 이겨 결국 자진 퇴사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서면만 10부 가까이 되고, 일일이 손해액을 입증하고 산정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저한테도 참 어려운 소송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지난 2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법원은 회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원고들에게 각 10,000,000 원 가량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는 원고들 성과급식 월급제를 선택한 근로자들에게 자율근무를 금지하고, 배차시간을 단축하였으며, 고정승무차량에 대한 폐차 후 단체협약 등에 반하여 고정배차를 하지 아니하였고, 사납금제를 전제한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하면서, 그렇게 하지 아니할 경우 퇴직 처리된다거나 근무할 의사가 없다고 간주하겠다는 등으로 통보하고 결국에는 원고들 등이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피고가 경영상 어려움에 빠졌다면서 정리해고를 시도”하였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노심초사 판결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면서도 잘 버텨주신 의뢰인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상대방이 항소하였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멉니다만 이 판결이 회사의 사납금 강요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모든 택시기사들께 단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더불어 불법적인 사납금제가 사라지고 법인 소속 택시기사들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기를 희망합니다.



글_ 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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