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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성소수자

‘동성결합’ 소송, 어떻게 할 것인가? -동성결합 인정 소송과 향후 과제 토론회 후기


 

 

  지난 9월 8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치러졌던 김조광수 · 김승환 커플의 ‘당연한 결혼식’에 이어, 9월 14일, 이들의 동성결합 인정과 관련된 소송과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들의 동성결합 인정 소송이 가지는 법률적·운동적 의미와 전략 및 향후 과제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첫 번째 발제는 “한국에서 동성결합 소송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가 진행했다. 장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공익인권 기획소송이 개인의 권리구제를 넘어서 법령이나 제도를 개선하며,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운동의 차원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며 소송의 의의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동성결합과 관련한 소송이 없었던 것만큼 치밀하게 소송전략을 구상하는 것과 더불어 소송의 과정 또는 결과가 사회에 미칠 파장 역시 다각도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 헌법이나 민법에는 동성혼이나 동성 간 파트너십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혼인의 개념을 담은 헌법 제36조에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해당 조항을 동성혼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많은 대립이 있으며, 관련된 판결을 통해 현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동성애나 성적지향에 관한 인식이 매우 후진적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외국에서 동성혼이나 동성 파트너십에 대해 사법이나 입법을 통해 제도화에 성공한 사례로 캐나다의 Civil Marriage Act 제정과정과 미국에서의 판결은 이번 소송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에서도 헌법소송을 통해 가족법제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호주제 위헌소송과 동성동본금혼 위헌소송의 과정을 보더라도, 외국에서의 소송들과 마찬가지로 시민운동단체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에 반해 아직 한국에서는 동성결합 소송과 관련하여 법적, 사회문화적, 정치적 상황 등이 유리하게 짜여있지 않으나, 소송의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송의 과정이니만큼 다양한 담론형성과 입법적 시도를 포함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어진 토론으로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가 동성결합소송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제언을 덧붙였다. 소송운동은 승소 시에 강력한 입법적 성과뿐만 아니라 이후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며, 설사 재판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가치 있는 사회운동 의제를 확산시켜 이후에 관련된 논의를 쟁점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리상의 한계 역시 존재하며 소송운동이 사회운동과 민주적 의사형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소송운동이 갖는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곽이경 발제자(동성애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 운동의 관점에서 법적인 동성결합 소송이 갖는 역할과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소송 과정에서의 운동적 실천과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번 동성결합 권리 운동에서 중요한 점으로써 ▲결혼을 ‘선택’할 권리로 만드는 노력 ▲동성결합을 제도를 넘어 ‘사회적 관계’의 일부로 보는 것 ▲‘평등한 권리’라는 키워드를 꼽았다. 박진 상임활동가(다산인권센터) 역시 ‘최초 동성결혼 기획소송’이라는 법 제도화의 부담을 벗어나서 인간은 모두 존엄하기에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하는 제도와 관습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의 과제의 중요성에 힘을 실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 운동은 장기간 폭넓은 담론화를 거쳐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문제이며, 따라서 이번 동성결합 소송은 이러한 성소수자 운동의 촉발제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토론회에 배석한 참가자들은 이른 시일 내에 동성결합소송과 더불어 성소수자 운동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논의의 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글_오신영(18기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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