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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이주와 난민

당연한, 그러나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 이주민 기본권의 재구성 간담회

사진:이주민 기본권의 재구성 간담회 현수막

2016년 5월 19일 저녁, 서울변호사회관 지하1층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인권법학회 주최로 “이주민 기본권의 재구성” 공동집담회를 열었습니다.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가 발제를 맡고 다섯 명의 전문가가 연구 내용과 의견을 발표하였습니다.

 

시작은 황필규 변호사가 이주민 기본권에 대한 문제는 ‘구체적인 문제’ 라는 화두를 던지며 많은 문제의식을 제시했습니다. 국제법을 통해 이주민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이 헌법상 어떤 의미인지, 국제법을 공부하지 못한 판사들이 낡은 국제법을 보고 판결을 내리는 건 아닌지, 국내에서 국제법의 선별적이며 제한적인 적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주민이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국적 불명, 출처 분명의 이분법은 계속 기본권을 쪼개는 형태로 밖에 나갈 수 없기에 현실을 결코 반영할 수 없으며, 기본권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국민과 외국인을 나누는 상호주의, 인종주의, 그리고 아직도 쓰이는 순혈, 혼혈이라는 표현에서 보여지는 국가주의적인 인식과 외국인 혐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등 많은 이슈를 소개했습니다.

 

황 변호사의 발제에 이어, 한국법제연구원의 최유 연구위원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학생 시절에 쓴 논문으로 인해 공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최 연구위원은, 만약 난민을 인도주의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면 ‘이주민은 왜 다른가’, ‘이주노동자, 결혼자는 그냥 온 것이 아니며 우리가 부른 것인데, 그렇다면 부른 자의 책임은 없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더 나아가, “왜 이주민에게 뭘 해 주어야 해?” 라는 질문엔 “왜 배제시켜야 하는데?” 라고 되받아 칠 수 있으며, 장발장이 빵을 훔치지 않게 하려면: (1) 감시하는 경찰을 배치하는 방법 혹은 (2) 빵을 주는 방법이 있는데, 둘 다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는 상황에서 어떤 게 더 나은 방법인지 물어본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현재 이주노동자에 관한 정책은 최대한 우리 사회에 남지 않게 하는데 목표를 가지며, 결국 남게 되는 건 결혼 이민자뿐이라는 점을 꼬집으며, 만약 다문화시대로 갈 경우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다문화주의 정책은 사실상 “동화”주의이며,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으며, 최종적으로 권리 보장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사진:현장모습, 황필규 변호사

▲ 발언 중인 공감 황필규 변호사

다음은 전광현 한양대법전원 교수가 바통을 건네받아, 이주민 기본권의 재구성을 주제로 헌법이 기본권을 어떻게 명시했는지 구체적으로 조항들을 짚어가면서 설명했습니다. 전 교수는 ‘이주민’과 ‘난민’은 헌법에 나오지 않는 단어지만 ‘외국인’은 나온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포괄적으로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기본권 주체성에서 기본권의 개념을 변형해서 이해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또한 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기본권에 대해서 직접적인 헌법적 근거는 보이지 않고, 헌법 제2장이 ‘국민의 권리’를 다루나 정작 ‘기본권’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기본권이란 장도 없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는 기본권이 언급됩니다. 그러면 어디서 기본권을 인식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기는데,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개인의 주관적 공권”을 기본권이라 정의합니다. 이를 인정할 시 국민의 권리 밖에서도 기본권을 도출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제8조 제1항 정당설립의 자유, 제130조 제2항 국민투표권 등 역시 기본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장에 들어있지 않으나 실제론 주관적 공권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제2장만으로 기본권을 국한하는 게 이상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전 교수는 헌법 제6조 제2항으로 인해 국제법이 기본법의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며, 국제 규약에 일거된 권리를 다 다뤄보면, 오히려 헌법에서 다루는 것보다 더 많은 권리를 보장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국인의 권리를 보장 및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면, 오히려 국민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희망적인 의견을 표하며 발표를 마무리 했습니다.

 

다음 차례로는 법적 내용이 연이어 발표되어 청중들이 지치는 것을 우려하며, 사회를 보던 김종철 교수는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으로 발표 순서를 바꿨습니다. 기대에 걸맞게, 이 소장은 “이런 자리가 다 필요 없다” 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우려를 들려줬습니다.

 

이 소장은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이주민 당사자들에겐 기본권의 문제가 절박한 생존권 문제와 직결한다는 점을 전하며, 꼭 헌법으로 인해 이주민 기본권 문제를 다뤄야 할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헌법은 상당히 추상적이며 선언적인데, 이를 이주민의 생활 개선을 위해 수정하자고 발언하면 오히려 반발이 클 것이 우려되며, 만약 법학자들이 이건 되고 다른 건 안 된다고 규정지어 버린다면 이미 발전한 상황에 대해 오히려 역효과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더 나아가 헌법과 기본권을 논할 때 추상적인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면 오히려 현실과 멀어질 수도 있으며, 법적인 언어가 아니라, 상식적인 언어로 먼저 얘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먼저고 법이 그 뒤를 따라오는 게 옳다고 보며, 이 둘이 만나는 지점을 문제의식이 있는 법조인이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마지막으로 발표를 마쳤습니다.

다음엔 백범석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가 이주민의 기본권에 대해 일반적으로 하던 고민을 국제법적 관점에서 나눠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일단 아무리 국제법, 국제인권법을 비준을 했다고 해서, 이행이 효과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으며, 국제인권법의 가장 큰 한계는 효과적 이행과 개별 국가 상황 및 문화성의 존중 범위에 있는데, 이에 집중하면 우울한 결론 밖에 나올 수 없다는 어려움을 논했습니다. 그러나 감금 문제를 다룰 때나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요구하는 것과 같이 국가의 주권 개념이 계속 바뀌고 있으며,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선 기업광고나 드라마 같은 문화 콘텐츠는 그렇게도 잘 만들면서 캠페인 광고는 왜 그렇게 별로인지를 묻는 친구의 질문을 소개하며, 이를 통한 인종과 국적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마지막으로 발표를 마무리 했습니다.

 

 

사진:현장모습, 간담회 현장

▲ ‘이주민 기본권의 재구성’ 간담회 현장

마지막 발표는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맡았습니다. 김 교수는 국민과 외국인을 논할 때, 단어 중심이 아니라 목적에 관해 얘기할 필요성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목적적으로 볼 때, 국민이란 개념은 국가와의 실질적인 관계를 통해 봐야 하는 문제이며, 만약 개인에게 국가의 영향이 미치는 바가 크고 ‘관계’가 깊다면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으며, 국민이라고 보는 게 옳다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관점에서 국민과 유사한 지위로 이주노동자를 예로 들었습니다. 노동자라는 법적인 지위는, 즉 국민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공동체 안에 있다는 의미고, 사실상 국민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주민이 국제 공동체에서 일하면서 그들을 대변할 입법인이 없는 상황이기에 최소한의 방어망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조명하시면서 오늘의 발표를 마쳤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의식하지도 못하는 것들을 많이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옆의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당연한지, 당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한숙 소장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주민의 기본권에 대해 헌법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자칫하면 원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지지, 공감대를 만들 때 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법이라는 건 그 자체로서 선언적인 의미가 있으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이 잘못됐다고 호소할 때, 헌법이 그런 행동을 지양한다고 할 수 있다면 상당한 설득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글_박지성(공감 23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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