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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취약 노동

당신들이 옳았습니다 – 시간제 돌봄전담사에 대한 차별시정사건 승소를 알리며

  초등학교에는 ‘돌봄전담사’가 일하고 있습니다. 맞벌이가 늘고 있고 돌봄을 가정과 개인의 부담으로부터 공적 책임으로 전환할 필요에서 만들어진 공적 일자리입니다. 정규수업이 끝난 아이들은 돌봄교실에서 보호와 지도 및 방과 후 활동을 하며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일자리는 전일제와 시간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2004년 서울시 교육청은 초등돌봄교실을 시작하며, 1일 8시간 주 5일로 근무하는 “정상적인 일자리”로 돌봄전담사를 채용하였습니다. 그런데 2013년 감사원은 돌봄전담사가 돌봄교실 운영시간 이외에도 근무하는 것이 “인건비 낭비”라 지적하였고, 교육청은 2014년 이후 모든 돌봄전담사를 1일 4시간의 시간제 노동자로 채용하였던 것입니다. 정상이 낭비가 되는 세상에서, 하루 4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노동을 메우고자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시간외 노동도 마다하지 않아왔습니다.

 

  더욱 문제는 교육청의 인건비 절감 노력이 명백한 차별까지 야기한 점입니다. 교육청은 전일제 노동자와 달리 시간제 노동자들에게는 근속수당도 맞춤형 복지비도 아예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자격조건으로 채용되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시간제는 아무리 오래 근무하더라도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복지제도도 전혀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2017년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로 뭉친 시간제 노동자들은 교육청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약속은 2018년 1월부터 시작하는 것이었고 과거의 차별에 대한 보상까지 쟁취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시작된 것이 이 사건 소송입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부터 찾았습니다. 지노위는 근속수당에 대해 적어도 노동시간에 비례하여 절반씩 지급되어야 한다고 보면서도, 맞춤형 복지비는 이를 배정한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나 법적 다툼을 시작한 것이어서 제척기간이 지나 차별을 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척기간은 당사자의 권리유무에 기한을 정함으로써 법질서를 조속히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설정됩니다. 차별을 인지하고 그 시정을 구하는데 따를 수 있는 불이익을 고민하는 기간은 6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기간제법의 규정인 셈입니다.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중노위는 맞춤형 복지비가 사실상 임금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매월 지급되는 임금과 같이 계속적인 차별이므로 제척기간을 준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하급심 판결들이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교육청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하며 법원의 판단을 받고자 했습니다. 공감은 시간제 노동자들을 대리하여 행정소송에 참가하여 중노위 결정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공감의 여성팀과 노동팀이 함께 변론에 나섰습니다. 소송을 맡긴 분들만 165명이었고 승소할 경우 서울시 교육청 산하 시간제 노동자 전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법리적으로도 제척기간은 준수하였는지, 임금 차별에 관한 합당한 비교방법은 무엇인지, 차별에 합리적 이유는 없는지 등 쟁점이 많은 소송이었습니다. 치열했던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를 하루 앞두고, 대법원에서는 하급심 판결들을 뒤엎고 맞춤형 복지비의 임금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행정법원 재판부는 판결을 1주일 연기하였습니다. 갑자기 주어진 1주일, 공감은 분주하게 자료를 모아 맞춤형 복지비가 설령 임금이 아니더라도 차별이 계속되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서면을 작성하였습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불이익의 두려움에도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주셨고 서면을 검토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선고 당일 함께 모여 간절한 마음으로 선고를 기다렸습니다.

 

“ 맞춤형 복지비는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이 아니더라도 차별시정의 대상으로 제척기간을 준수하였다. 또한 다른 임금항목과 성격이 다르므로 그 항목만 놓고 차별적 처우를 판단함이 타당하고, 시간제 노동자들에게 전혀 지급되지 않은 이상 불리한 처우가 있었음이 인정된다. 근속수당의 경우 임금항목이 동일한 경우로서 세부항목별 비교가 타당하고 차별적 처우가 인정되며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

 

  재판부는 모든 쟁점에서 노동자들의 주장을 인정하였습니다. 법정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1년 8개월의 법적 쟁송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길어지는 소송에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던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이 옳았다고 말해주는 판결이었습니다. 특히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120일째 천막농성을 해왔던 시간제 돌봄전담사들께 힘이 되는 판결이기에 더욱 기쁜 승소였습니다.

 

승소 판결 후 행정법원 앞에서 당사자들과 김수영 변호사

  세 번에 걸쳐 확인된 차별사안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서울시 교육청의 올바른 결단입니다. 모쪼록 교육청이 무익한 항소에 시간과 비용을 쓰는 대신, 차별을 조속히 시정하는 조치에 노력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시 교육청을 향해 “서울시 교육청은 근속수당, 맞춤형 복지비 즉각 지급하라!”고 외치는 사건 당사자들과 김수영 변호사

글 _ 김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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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참여와 혁신 / 시간제 돌봄전담사 “행정법원이 차별 인정, 교육청은 차별 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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