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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빈곤과 복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 수급자 故최인기님 사건 국가배상 소송 승소

  2019년 12월 20일. 한국의 다니엘 블레이크 故최인기님의 재판선고가 있었습니다. 공감은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함께 유가족을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소송 대리인으로 참여한 박영아, 장서연 변호사의 인터뷰입니다.

-편집자 주

 

관련영상 :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 수급자 고 최인기님 사망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 승소

관련기사 : 뉴시스 / 심장병 기초수급자에 ‘근로’ 요구한 정부…法 “국가가 배상하라”

 

장서연 변호사 (이하 ‘장’) 오늘은 공감 박영아 변호사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이라고 이름붙인 사건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지난 12월 20일날 승소판결을 받으셨죠?

 

박영아 변호사 (이하 ‘박’) 같이 받으셨죠.

 

장)  네. 저도 공동대리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박)  네,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 보셨죠?

 

장)  네, 저는 봤습니다.

 

박)  잠깐 설명을 드리면, 주인공이 목수로 일하다가 심장병을 앓게 됩니다. 의사가 ‘더이상 일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는데, 상병수당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이 육안으로만 보고 ‘별 이상이 없다’며 취업지원사업에 참여해야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주인공은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등 구직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다가 어쩔 수 없이 구직을 했는데 취업이 된 거예요. 그런데 주인공은 자신이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일자리를 거절했고, 전화로 자신을 고용하려고 했던 사람이 “그럼 구직은 왜 했냐”며 화를 내는 장면도 나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에 실제로 비슷한 일이 발생했어요. 故최인기님의 사건인데요. 이분이 구직까지 하게 된 과정은 영화와 소름끼칠 정도로 같습니다. 그리고 이분이 2005년과 2008년, 두 번에 걸쳐서 심장으로 연결된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으셨는데요.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와 다른 것은 자신이 일하지 않으면 가족과 함께 살아갈 길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하셨어요. 그런데 취업을 한지 3개월 만에 쓰러졌고, 그 후 3개월 만에 사망하셨거든요. 하여 저희가 유족을 대리해서 근로능력이 있다, 즉 일할 수 있다고 평가한 국민연금공단 그리고 취업지원사업에 참여해야 급여를 줄 수 있다고 조건을 부과한 수원시를 상대로 해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장)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도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질환 그러니까 심장병을 앓고 있고 의사는 일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기관에서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하고.. 놀랍게도 최인기님 사건도 보이지 않는 인공혈관교체수술을 받고 사실상 6년 동안 기초수급을 받으셨던 분인데, 갑자기 일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잖아요. 영화에서도, 이 사건에서도 그렇고 결과적으로 사망하게된 것까지 너무 닮았네요. 공감에서는 처음 어떻게 이 사건을 맡게 되었나요?

 

박) 저희는 2014년 최인기님이 병원 중환자실에 계실 때부터 빈곤사회연대라는 단체를 통해서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장) 소송을 하면서 어떤 것이 법적인 쟁점이었고 진행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박) 소송과정에서는 국민연금공단과 수원시는 ‘최인기님이 근로능력평가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또 스스로 취업을 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인기님이 취업을 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을 했던 것들은 수원시가 내놓은 상담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았고, 사망한 분은 말이 없고.. 제도 자체가 복잡하고 법률에 없는 내용들이 지침에 들어가 있는데,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집행되는지는 사실 문언만 보고 알 수가 없는 부분들이 많아서요. 그런 것들을 재판에 일목요연하게 현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 – 소송 대리인 박영아 변호사 (좌), 장서연 변호사 (우)

 

장) 결국 법원에서는 故최인기님 사망과 관련해서 ‘이것이 국민연금공단의 잘못된 근로능력평가 판단 때문이다’라고 판단을 했는데요. 이렇게 근로능력평가가 잘못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 근로능력평가를 신청할 때 관련규정상 의사가 발급한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하고 최근 2개월분의 진료기록부를 제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사실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진단서나 진료기록부에 어떤 내용들이 적혀있는지는 알 수가 없고, 최인기님의 경우에는 자신의 수술이력이 그 진료기록부가 최근 2개월간의 진료기록부이기 때문에 거기에 기재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했어요.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를 보면, 주치의가 그동안 최인기님을 진료해온 의사인데, 주치의가 의학적 평가를 3단계로 보고 진단서를 써준 것을 확인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최근 2개월분의 기록 외에 3단계 진단서 내용을 뒷받침해줄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의학적 평가 1단계로 평가를 해 버린 거예요.

  주치의가 작성한 진단서를 아무런 추가적인 검토 없이 무시하고 근로능력평가를 했다는 것이 1차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보이고, 그리고 최인기님의 경우에는 나중에 활동능력평가라는 과정이 별도로 있는데 그 때 본인의 수술이력에 대해서 국민연금공단 직원에게 얘기를 한 사실이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에서 최종적으로 근로능력평가를 할 때 수술 이력을 반영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 이유로 법원에서도 ‘근로능력평가가 잘못되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장) 근로능력평가를 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최인기님이 수술한 이력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충격적인데요. 원래는 근로능력평가를 지자체에서 주치의 진단서에 의해 판단하던 것이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 되면서 ‘근로능력이 있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예전에는 ‘근로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 번복이 돼서 이제는 ‘있다’라고 판단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수급자에 대한 근로능력평가를 하고 조건부과를 하는 현행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은 없을까요?

 

박) 기본적으로 ‘자활’이라는 것은 자발성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행제도는 최저생활을 담보로 자활을 강요하는 구조여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최인기님의 경우 사망당시 만 59세인가 60세 정도였는데, 사실 새로운 일을 배워서 취업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힘든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닙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잔여성으로 인해서 기초생활수급자 대부분은 이미 소득원은 상실한지 오래된 분들이 많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대부분이 그런데, 자활을 하지 않는다고 압박을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고, 자활정책은 안정적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이미 취업시장에서 밀려난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올바를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 ‘국민기초생활제도의 잔여성’이라는게 무슨 뜻이죠?

 

박) ‘최후의 사회 안정망’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제가 관련 사건들을 접해보면 그게 망이 아니라 구멍이 너무 커서 계속해서 구멍을 통해 사실상 추락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을 한 단어를 표현하다보니 그렇게 표현을 했는데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국민기초생활 수급을 할 수 있는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 사실 재산기준이나 소득기준이 너무 낮아서 모든 본인의 자원 – 근로능력을 포함한 본인의 자원을 너무 많이 소진한 상태에서 수급자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장) 법원은 苦최인기님의 사망과 관련해서 수원시와 국민연금공단의 책임을 인정해서 15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는데요. 수원시와 국민연금공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를 한 상태입니다. 항소심이 진행이 될 텐데, 이에 임하는 각오는 어떤가요?

 

박) 이 사건의 핵심은 최인기님이 국가가 하라는 대로 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이점이 결국 받아들여져서 1심에서 승소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에서도 승소를 확신하고 있고요. 반드시 승소해야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장) 아직 이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라고요. 어떻게 보면, 국가가 책임져야 될 일을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이렇게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건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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