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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취약 노동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윤지야. 내 목표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노동조합을 만드는 거야”

 

  16년 전 존경하는 선배가 제게 했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기억하며 살았습니다. 선배의 말이 왜 잊히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식당은 작은 일터입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란 뜻입니다. 굳이 노동법을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은 고되고 임금은 작고 근무시간은 긴 곳, 안정적인 직장과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직장을 구하기 힘든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성 노동자가 많은 곳이 식당입니다. 법이라는 보호막조차 허술하기 때문에 어쩌면 노동조합이 더 필요한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사람들일수록 노동조합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을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사실 노동조합만큼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도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대신 목소리를 내줄 변호사보다는 함께 나설 동료들, 나와 내 동료들이 주인공이 되는 노동조합이 더욱 강력하고 의미 있습니다. 체념을 희망으로 바꿀 공간이 필요합니다. ‘작은 사업장’, ‘노동조합’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었기에 선배의 말이 마음에 새겨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선배의 꿈, 아니 어느 순간 제 꿈이 되어버린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생겼습니다. ‘권리찾기 유니온, 권유하다’가 바로 그 기회입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 수시로 일자리를 바꾸어야 하는 노동자, 노동법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 노동자로 불리지도 못하는 노동자, 그래서 노조는 꿈도 꾸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바로 ‘권유하다’입니다.

 

  지난 8월 ‘권유하다’를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휴직을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한상균 권유하다 대표를 만났습니다. 공감의 동료, 김수영 변호사한테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김수영 변호사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특히 김수영 변호사는 정책팀장이라는 무거운 직책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2019년 10월 9일 열린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창립 발기인 대회 포스터

  준비 모임에 참여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김수영 변호사와 저는 실태조사와 사례 수집, 근로계약서 받기 운동, 법망을 탈피하기 위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등의 당장 실행할 몇 가지 정책 사업을 계획했습니다. 구상한 계획까지 담겨 지난 10월 9일 창립 발기인대회가 열렸습니다.

 

(좌) 특별사업 발표하는 김수영 변호사                  (우)한상균 권유하다 대표와 서기 중인 윤지영 변호사 

 

  출범식 후 본격적으로 사업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작은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온라인 구축과 정책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 사업은 부수적인 사업에 불과합니다. 진짜 사업은 노동자들이 권유하다라는 이름으로 행동하고 나서는 것입니다. 공감은 권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당당히 나설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 세상은 힘없는 사람들에 의해 바뀐다고 믿습니다.

 

글_ 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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