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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 일반

‘공장식 축산’ 반대 헌법소원 제기 –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


 

2013년 5월 30일, 녹색당과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으로 기획한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가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었습니다.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서지화 변호사와 함께 ‘공장식 축산’ 반대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공동대리 하였습니다.

 

이번 기획 소송은, 2010년 구제역 사태 당시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생매장 등 비인도적인 처분으로 수만 마리의 무고한 동물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을 기억하고, 반성하고, 변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청구인으로 모집하였는데, 무려 1,129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구제역 등 전**의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장식 축산’은 동물을 감각이 있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 아닌 이익추구의 대상, 물건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비롯된 가축사육방식입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육류 생산량을 끌어내기 위해서 동물들의 습성과 기본적인 욕구는 고려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 동물들을 빽빽이 가두어 놓고 열악한 시설과 불결한 환경에서 평생 가축을 사육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축산법령은 동물복지에 관한 관점이 전무하며, ‘공장식 축산’의 대표적인 문제인 가축 사육시설 및 사육밀도에 관한 허가기준이 매우 미흡하고, 오히려 지원을 통해 대규모의 ‘공장식 축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 축산산업의 경우 1990년에 비하여 한 농가에서 기르는 가축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단위면적당 사육두수도 현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학대받고 있는 종인 닭의 경우, A4용지에도 못 미치는 면적인 케이지에서 평생을 사육당하며, 자극성 강한 오물과 암모니아, 황화수소, 이산화탄소 가스 등 불결한 환경 속에서 사육당하다 보니, 닭 10마리 중 9마리는 다리를 절름거리며, 4마리 중 1마리는 뼈 관련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일상적으로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되며, 눈에서 나오는 진물 때문에 시력을 읽기도 합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동물들을 밀집하여 사육하다 보니 폐사율도 높습니다. 국내 돼지의 폐사율은 2009년 11.4%에 달했습니다. 닭의 케이지 사육방식을 동물학대로 보아 2012년부터 케이지 사육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2013년부터 기존의 폐쇄형 우리 형태의 스톨사육시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기준에 비하여 너무나 미흡한 실정입니다.

 

동물복지란 인간이 동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윤리적인 책임을 가지고 동물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는 동물의 복지를 ‘동물이 건강하고, 안락하며, 좋은 영양과 안전한 상황에서 동물 본래의 습성을 표현할 수 있고, 고통, 두려움, 괴롭힘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2002년 기본법 개정을 통해 동물을 보호할 책무가 국가에게 있다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였지만, 대한민국 헌법은 동물에 관하여 명시한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환경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명시함과 동시에 국가와 국민에게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동·식물 등의 보전·보호의 내용도 환경보전의 의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과 자연법에 따라 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하여도 ‘생명의 존엄과 가치’가 있음을 전제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축산법령은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준수사항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이 전무하여, 사육 과정에서 동물학대에 준하는 갖은 잔혹한 사육방식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돼지의 경우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 물어뜯는 것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송곳니와 꼬리를 잘라냅니다. 수퇘지의 경우에는 노린내를 없앤다는 이유로 생후 5~7일을 전후해서 마취제도 없이 거세수술을 합니다. 동물들이 상처를 입거나 고통을 받아도, 고기 부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합니다. 닭의 경우에는 다른 닭을 부리로 쪼는 것을 방지한다면서 병아리가 태어난 지 5~7일이 되면 부리를 강제로 자르고, 털갈이 시기에는 알을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굶기고, 잠 안 재우기 등의 방법으로 강제로 털갈이를 시켜 2차 산란기를 앞당깁니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어떤 과정으로 생산되었는지 그 실상과 농장 동물들의 고통을 정확히 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동안 고기를 먹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인도적인 사육방식, 육류의 과다소비 등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소비자 개인의 윤리적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이미 구조적인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한국 국민은 1970년에 1인당 연간 5.2kg의 고기를 먹었지만, 2010년에는 1인당 41.1kg의 고기를 먹게 되었습니다. 2010년 국내에서 사육된 소(육우, 젖소)는 모두 335만여 마리로 2000년 213만여 마리 보다 100만 마리 이상 크게 늘었고, 돼지 역시 821만여 마리가 사육된 2000년 보다 100만 마리 이상이 늘어 998만여 마리가 사육되었습니다.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가축 사육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은 면역력이 약화되고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고, 그 동물들을 섭취하는 인간들의 건강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인간들에게 염증성 질환, 성인병이 증가하였고, 치료목적 보다 성장촉진 목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의 사용량은 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장식 축산’ 과정에서 나오는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도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에 의하면,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18%가 축산업에서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총 배출율 13.5%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번 헌법소원은 이처럼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허용하고 장려하는 국가에 대하여 헌법적 책임을 묻는 최초의 소송입니다.

 

글_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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