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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교육·중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후기 – 지속가능한 공익변호사의 활동에 대하여_이은혜 변호사(아시아의 창)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월급날이었습니다. 공익법률기금에서 지원을 받고 있었기에 나우 공감의 자립지원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상도(?)에 어긋나는 것이란 고민도 들었지만, 일이 아니라 급여 때문에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결국 지원서를 내게 되었습니다. 지원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그래도 2년 동안은 괜찮겠구나’하는 마음이었다가 나중에는 ‘이게 끝나고 나면 또 어쩌지?’ 하는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활동보고와 소회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부터 돈타령이나 하고 있네요. 하지만 염치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공익변호사의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바로 군포에 있는 이주민센터 아시아의 창에서 일을 시작하였고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은 적도 물론 많지만 그것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월급 통장을 보면서는 진지하게 일을 그만두어야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단 저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개인의 문제로 본다면 이직이라는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이 있겠지만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자립지원사업도 탄생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지속가능한 공익변호사의 활동에 대해서요.

2년간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베트남 거주 한-베 다문화가정 자녀 실태조사’입니다. 재외동포재단의 연구용역으로 진행된 사업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연구기간이 길지 않아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베트남 껀터와 호치민을 방문하여 한-베 자녀와 양육자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하고, 현지 활동가들과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과 면접을 하기에 앞서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떡만들기, 간단한 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껀터에 살지 않는 분들은 직접 집으로 방문하여 면접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낮동안 심층면접을 한 후, 밤에 숙소로 돌아와 녹취록을 만들고 쓰러져 자고, 새벽에 일어나 가정방문을 위해 출발하고…열흘 가까이 저희를 지켜본 기사님께서 ‘너네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고 숙소에만 있는 사람들은 처음 본다, 오늘이 껀터에서 마지막 날이니 꼭 강변에 가봐야 한다’고 강조하실 정도였습니다. 이 실태조사 덕분에 그동안 말로만 듣던 이주여성들의 가정을 방문할 수 있었고, 피상적으로만 알던 것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번역비 부족으로 베트남 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긴 하였지만 이런 사업에 참여한 것 자체가 무척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저희 아시아의 창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이주민들은 공적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실을 아시고 여러 기관과 후원자들께서 일회용 마스크 및 직접 만든 면마스크 등을 보내주셨고, 마스크 외에도 손세정제, 쌀, 옷, 유아용품 등을 후원받아 지역의 이주민들에게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긴급생계비 지원 즈음에는 아름다운 재단으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이주민 긴급지원’ 사업을 받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군포가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대한민국에서 이주민이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2년 동안 나우와 공감 덕분에 걱정 없이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비록 자립지원 기간은 끝났지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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