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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교육·중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이 있어서 할 수 있었던 일들_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1. 자유를 찾아 나왔지만

 

회사를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유였습니다.

자유롭게 전국에 지원하고 싶은 사건을 찾아다니고 싶었고, 굳이 장애이슈에만 한정하지 않고 공익활동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매 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포기하는 일이었지요.

오랜 고민 끝에 한 푼도 못 벌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비영리 공익변호사 사무실인 장애인권법센터를 개소하였습니다. 5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2017년 새해 벽두에 지른 일입니다.

그렇게 4개월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보냈습니다. 그래도 장애계에서 오래 일해 온 경력으로 할 일은 적지 않았고, 찾아주는 사람도 단체도 많아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도 없는 상황에서 활동을 멈칫멈칫 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5월에 공감나우의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에서 뻗어준 구세주 같은 손길로 공익활동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을 만나고 나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을 만나고 나서 장애인권법센터의 공익활동은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1. 순천에 사는 한 장애인이 학교생활 가운데 차별을 당했다는 소식을 지역 장애인단체를 통해 들었다. 순천이 대체 어디에 있는 곳이었더라. 아이고땅 끝에 가까운 곳이었다니! 그래도 아무 망설임 없이 왕복 기차표를 끊어서 당사자를 만나고 온다. 상담을 하면서 당사자와 함께 먹을 과일도 한손에 들고.

 

#2. 지적장애로 일상생활이 조금 어려운 여성분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의 피해자 변호사로서 당사자를 만나러 갔다. ? 그런데 피해자의 배가 너무 크다. 아니 벌써 임신 7개월이라니! 게다가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가 성폭력 가해자라니! 그 사실을 알고 잠시 멘붕이 왔지만, 당사자에게 아이를 낳을 의사가 확고한 것을 확인하고 이후 지원할 내용을 자세히 소통한다. 돌아와서 태어날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과 몸 풀고 엄마가 써야 하는 물건들, 먹을 것들을 구입한다. 출산한 병원에 가서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긴밀한 상담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3. 어릴 때부터 집에서 아동학대를 당하고 자라온 청소년이 이번에는 성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 변호사로서 경찰조사에 동석하고 나오는데 집에 가기 싫단다. 어차피 아무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고. 그래? 그럼 나도 출출한데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해서 함께 고기를 자르러 인근 패밀리 레스토랑을 검색해서 찾아간다. 밥값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껏 먹으라 하면서 폭풍흡입을 하면서 아이는 살아오며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속상했던 비밀들을 털어놓는다. 무수히 많은 자해 흔적을 보이는 아이와 손가락을 걸고 이야기한다. 너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고.

 

#4. 지적장애가 있는 여중생인 당사자는 채팅 앱에 접속했다가 원치 않는 성관계에 나아가는 경험을 했다. 성인 남성의 너무나 집요한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냥 우리 당사자가 발랑 까져서 성매매를 한 사건으로 둔갑되었다.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그루밍 성폭력과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강력한 처벌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관련 단체와 국회 앞에서 법무부 앞에서 농성하고 투쟁한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이게 내 본업이니까! 연대의 힘은 강하다!

 

 


3. 더 지속 가능하도록!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안정적인 공익활동을 함에 따라 수많은 사건들을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비 걱정, 인지대 걱정 없이 지원이 필요한 사건에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당사자들을 만났습니다.

당사자들의 삶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이라도 함께 나눠먹으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보석 같은 시간들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2년의 지원이 종료되지만, 그동안의 지원으로 넓어진 활동영역과 자원을 이어 더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지금도 전업공익활동을 꿈꾸고 있는 법률가들, 예비법조인들께 공감이 있으니 함께 가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_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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