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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_ 장서연 변호사 2017.07.26 16:07 1709
작성자 공감지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해소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예산은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예산 항목 중 ‘성적 소수자 인권보호’ 로 특정된 항목은 없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이 법무부를 상대로 한 법인설립 관련한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성소수자 집단을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권을 증진하는 일은 세계적 추세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헌법과 여러 국제인권규약에 근거한 국가의 의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소극적이며, 심지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의 직접적 가해자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법무부가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사단법인설립신고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성소수자 인권단체인데, 2014년 11월 법무부에 사단법인 설립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가 이를 거부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과 2심에서 승소하였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일관하여, 법무부가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으므로 비온뒤무지개재단의 법인설립 주무관청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함으로써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설립을 지연시키고 있다.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증진해야할 법무부가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는 한국 정부에게 모든 국민의 결사의 자유를 위하여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격언이 있다. 법무부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설립을 지연시키고 있는 이 사건 상고를 취하하고, 지금이라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다양성을 상호 존중하며 어떠한 차별도 없는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일 것이다.

 

  정부가 성소수자에 대한 직접 차별 가해자가 된 두 번째 예는, 교육부가 2015년 4월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도입한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면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이다. ‘성교육 표준안’에는 당초 연구진이 개발하던 내용과 달리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를 우려하여 최종안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을 제외하였고,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성교육 표준안 연수자료’를 배포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지도: 허용되지 않음”이라고 지시하였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교육부의 이러한 성교육 표준안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면서, “학생들에게 섹슈얼리티와 다양한 성별정체성에 대해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연령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동시에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존중을 증진”하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전히 왜곡된 성별고정관념이 반영되어 있고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이 빠진 성교육 표준안을 철회하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시대착오적인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밝히면서 국정전략 중 하나로 “성평등을 포함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밝혔고, “정의와 통합을 핵심가치로 전제하는 문재인정부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다양성을 상호 존중하며 어떠한 차별도 없는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과제나 내용을 보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에 관한 내용도 없고 차별받는 소수자 집단에 관한 내용도 없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라고 하여 혐오발언 논란의 중심에 있었으며, 며칠 후 그 발언에 관한 해명을 하면서도 “성소수자의 존재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소수에 대한 차별에는 적극 반대한다”면서도 “성소수자 차별문제는 사회적 공론의 장이 필요하고, 지금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문제를 논의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논의의 전제로 시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의 문제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연, 한국사회가 성소수자 차별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일까? 2017년 6월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러 가지 설문 중 “직장 동료가 동성애를 이유로 해고됐다면?”이라는 질문에 81%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하였고, “동성애자들도 일반인들과 동일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90%가 “일반인과 동일해야”한다고 응답해, 일반 시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는 규범적으로,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데 반해, 오히려 정부부처들이 일반 시민들의 의식수준에 비하여 한참 뒤쳐져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성소수자 인권은 빠르게 증진하고 있고,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대만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인정되기에 이르렀고, 2004년부터 성평등 교육법이 제정되어 10년 넘게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문재인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법무부, 교육부 등 그동안 정부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행위의 가해자가 된 일들을 시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글_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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