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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청소년·아동이 처한 현실,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_ 장서연 변호사 2019.12.04 08:12 427
작성자 공감지기


  2019년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2019 아동인권 보고대회>가 개최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국내이행을 제고하고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성소수자 청소년·아동에 대한 내용이 <더 취약한 아동이 직면하는 차별>세션에 포함되었습니다. 아래 글은 토론자로 참여한 내용을 수정·요약한 내용입니다.


2019 아동인권 보고대회 포스터


혐오표현이 만연한 교육현장. 손 놓은 교육부, 교육청, 학교와 교사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기분”, “얘들한테는 나도 더럽겠구나, 내가 커밍아웃을 하면 같이 놀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죽고 싶었습니다.”, “제 존재는 처참이 없어지고 사라진 존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 혼자만 정말 딴 세계에서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무력함을 느끼고 참담했습니다.”

  2019 아동인권 보고대회에서 한국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에서 겪는 차별과 혐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보고되었습니다. 위의 인용들은 학교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느낀 감정들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경향신문이 2017년 진행한 ‘청소년 성소수자가 경험한 성소수자 혐오표현 피해경험 설문조사’ 응답결과입니다.

  어느 공간 보다 안전해야 할 학교라는 공간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반복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환경에 노출당하고 있습니다. <띵동>에 접수되는 상담사례 중 ‘정신건강’, ‘자해’, ‘자살 위기’의 높은 수치는 적대적 환경에 둘러싸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살려 달라’는 구조요청 신호와 같습니다.


2018년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통계


  그런데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소리 없이 절규하고 죽어가는 동안, 한국 정부는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 정책을 퇴보시키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성소수자 인권을 배제하는 「국가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을 만들어 배포하였고, 그 이후에 수정했다는 소식은 여전히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무부는 3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 성소수자 항목을 삭제했습니다. 성소수자 관련 인권정책의 내용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만 사회는 달랐습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계기가 되어 2004년에 성평등교육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성평등교육의 실시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배경에는 교육의 영향도 컸습니다.

  학교는 사회로부터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성소수자 혐오표현과 차별에 대한 불관용 원칙, 성소수자 인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공식적인 의견표명이 왜 중요한지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부는 그 차별적 환경을 방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차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차별의 가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성소수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한 교사일수록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5 트랜스젠더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소수집단의 문제이기 이전에, 교육과정이나 학교생활 전반을 성별중립적인 제도로 재구성하고, 보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를 견인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하길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초반,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나름 성소수자 인권에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청소년보호법시행령에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서 ‘동성애’를 규정한 것은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이므로 삭제를 권고한 것입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이를 삭제한 것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 관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컸습니다. 가족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수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성소수자 정체성의 특성상 공적 영역에서의 올바른 정보제공과 교육, 지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은 그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점입니다. 2014년 연구용역으로 교육, 고용 영역 등에서 전반적인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를 하였으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권고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최이우, 이은경 같은 사람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되어 활동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한국사회의 혐오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혐오대응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표명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최근에, 서울, 광주, 경기, 전북 교육청과 함께 학교 내 혐오표현에 대한 불관용을 선언하고 후속작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너무 늦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 내길.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제언들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_ 장서연 변호사



  1. [참고자료]
  2.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2017.2.17.자 「한국, 성교육에 대해 퇴행적 행보 보여 - 교육 안에 LGBT 등 성소수자 내용을 제외하는 것은 건강과 교육을 위태롭게 해」
  3. 오마이뉴스, 2018.8.8.자「"이명박·박근혜 때도 있던 '성소수자'항목 삭제" - 성소수자 인권단체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비판 "차별의 목소리 담아"」
  4.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8.12.자「해외 국가의 초중등 성평등교육 연구」34쪽 
  5. 한겨레21, 2017.1.16.자「대만은 되고 한국은 왜 안 되나요?」 “많은 대만인들이 동성결혼을 인권과 평등의 문제로 생각한다. 10년 전 중학교에 강연을 가서 ‘알고 지내는 성소수자가 있느냐’고 물으면 3명 중 1명 정도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90% 이상이 ‘있다’고 답한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학교와 직장에서 성소수자 친구를 만나는데, ‘왜 내 친구들은 나와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나?’ 고민하게 됐다. 10여 년 성평등 교육의 효과다.” 
  6. 국가인권위원회, 2014년 연구용역보고서「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72쪽
  7. 국가인권위원회, 2003.4.2.자 보도자료 「“동성애 사이트는 청소년유해매체 아니다” - 인권위,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에 심의기준 중 ‘동성애’ 삭제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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