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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예방·구제하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특히 출입국과 관련하여 단속·보호·강제퇴거 절차상의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과 난민신청자들이 적절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심사를 받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범죄자'가 되는 나라 2015.06.18 11:06 5785
작성자 공감지기

 

 

 

미군 ‘위안부’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말합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지촌에서 일해야 했던 여성들은 ‘양공주’라고 불리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1960~70년대 정부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 “민간 외교관”이라며 미군을 대상으로 한 성산업을 부추겼습니다.

 

  미군 위안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하는 사람이 한국인 여성에서 필리핀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필리핀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더 벌 수 있는 해외 일자리를 찾았고, 기지촌 클럽에서는 미군을 상대할 수 있는 영어가 가능한 저렴한 여성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이 수요를 연결해주는 에이전시(파견업체)가 등장했습니다. 그 결과 매년 2000~3000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예술흥행(E-6-2) 사증으로 한국의 기지촌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에이전시와 ‘가수’로 계약을 맺고 노래와 VTR 심사를 거쳐 예술흥행(E-6-2)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합니다.

 

  문제는 필리핀 여성들이 ‘가수’가 아닌 ‘주스걸’로 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에 입국한 여성들은 에이전시의 지시에 따라 미군 기지촌의 외국인 전용 클럽으로 파견됩니다. 클럽 업주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손님인 미군에게 ‘주스’(술이나 음료수)를 많이 팔 것을 요구합니다. 주당 할당된 판매량을 채우지 못하면 계약한 월급에서 벌점만큼 차감당합니다(주스 쿼터제).

 

  매상을 올리기 위해 업주들은 필리핀 여성들에게 성매매까지 강요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더 심한 업소로 보내겠다, 필리핀으로 강제추방시키겠다, 신고해도 처벌받고 내쫒기는 것은 필리핀 여성들이라고 협박합니다. 업주는 여성들의 여권까지 압수합니다. 외국인으로서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취약한 지위로 인하여 결국 여성들은 성매매로 내몰리게 됩니다. 지난 십년간 수차례의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진 실태입니다. 전형적인 성매매․인신매매 ‘피해’에 해당합니다.「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4호의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공감은 외국인보호소에서 강제퇴거 당할 위험에 처한 필리핀 여성 네 명을 만났습니다. 예술흥행(E-6-2) 사증으로 입국해 동두천 소재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일했던 필리핀 여성들이었습니다. 다른 필리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주스걸’로 일해야 했고 성매매를 강요당했습니다. 그러나 업소를 급습한 경찰은 필리핀 여성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호송줄로 묶어 긴급체포했습니다.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에, 지정된 업소에서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졌습니다. 수사를 마치자마자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된 여성들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습니다. 곧바로 강제퇴거명령서가 발부되었습니다.

 

  통상 외국인 전용 업소에서 이루어진 성매매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과정에 성매매․인신매매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필리핀 여성 중 한명이 외국인지원단체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필리핀 여성들은 범죄자로 취급당해 강제퇴거 되고, 경찰은 성매매 업소를 단속한 실적을 올리고,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출입국관리법 위반한 외국인을 검거한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을 것입니다. 수사기관과 출입국관리 절차에는 외국인 여성에게 자신들의 경험이 성매매․인신매매 ‘피해’임을 인지시켜주고, 피해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절차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인권단체, 여성가족부, 미대사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여성들은 이례적으로 보호일시해제되어 풀려났습니다. 나아가 공감은 공익법센터 어필과 공동으로 필리핀 여성들을 대리하여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 해 판결확정시까지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공감과 어필은 성매매처벌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피의사건을 방어하고, 업주와 에이전시가 인신매매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고소 사건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더불어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의 위법․부당함을 행정소송으로 다툴 것입니다.

 

  지난 십여년간 수차례의 실태조사를 통해 필리핀 여성들에게 발급되는 예술흥행 (E-6-2) 사증이 성매매․ 인신매매의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전무합니다. 정부가 성매매․ 인신매매를 묵인,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당장 시급한 점은 수사기관이 성매매범죄와 연루된 외국인 여성을 조사할 때에는 반드시 관련 상담소 및 쉼터에 연계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피해자’가 ‘범죄자’로 둔갑해 강제퇴거 당하는 억울한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과 여러 이주여성 지원단체의 요구로 2013. 5. 14. 남윤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의 제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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