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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된다는 것 _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2018.05.31 14:05 5211
작성자 공감지기

 

 

 

  특정한 성행동이나 문제 행동은 어떻게 멈추게 하나요?”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함부로 신체를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동은 어떻게 그만하게 할까요?” 발달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주변인과 교육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난감하다. 발달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와 주변인들의 변화가 먼저라고 나는 믿는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머물고 있는 이 공간이 어떻게생겼는지 묻지 않는 것, 삭제되는 맥락과 관계, 부정적 성행동이며 문제행동 이라는 규정, /피해라는 판단을 전제하는 질문은 이미 틀렸다. 우문현답 할 출중함이 내겐 없으니, 질문을 되돌려주는 수밖에. “죄송하지만, 방법은 없어요. 아니! 있어요. 긴 시간과 노력, 나의 변화가 먼저 필요한데... 하실 수 있겠어요?”

 

 

  질문을 받은 장소가 장애인 거주시설일 경우 발달장애인의 성적 욕망이 실천이 어려운 환경적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정된 관계와 공간, 공동생활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구분의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내 사생활의 권리를 보장 못 받고, 경험한 바가 없는데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1-2회의 교육으로 행동을 통제하고 변화하려 하지만, 몸의 경험은 정직하다. 해보지 않은 것을 실천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발달장애인의 몸의 언어들을 사회는 쉽게 발달장애인의 문제 행동으로 정리한다. 장애정도와 특성이 무관하진 않겠지만, 사회는 한결같이 ‘발달장애’로 인한 ‘성적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이러니 사람들은 교육의 주체로 자신을 두고, 교수법을 질문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살아가는 환경을 바꾸고 다른 경험과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이 먼저다. 거주시설이란 조건을 문제 삼지 않는 한, 불평등한 조건에서 관계와 소통의 주체가 되어 상호존중을 새로움을 익히는 것은 어렵다.    

 

 

  정신연령이 몇 살이세요? 발달장애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어느 정도 학습이 가능하냐, 어느 정도 연령 수준의 교육을 받았느냐 라는 취지라고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어떤 상태로 손쉽게 규정하고 싶은 발상에서 시작된 질문일 것이다. 정신연령으로 발달장애인의 경험과 생각을 단정하려는 것은 그 사람의 언어와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는 관계 맺기의 기본을 게을리 하는 모습이다. 발달장애인의 생활연령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정신연령이나 지능지수, 장애등급에 의존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살아가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경험과 역사는 이렇게 부정 당한다.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문제가 있어서...’ 정신상의 장애로 온전하게 몸을 지배하고 통제할 힘을 잃었다고 간주하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의 몸의 경험이 주목받기보다 행동을 예측하고 방지하는 방법, 문제 행동을 했을 때 관리하는 방법 중심으로 사회의 논의는 집중된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함이 누군가에게는 예외적 상황들을 떠올려 보자. 나이가 어린 사람, 노인, 장애인, 여성... 오늘 처음 만난 어떤 자원활동가가 사랑한다며 발달장애아동을 포옹했다고 한다. 왜 누구도 이 사람에겐 함부로 몸을 만지지 말라고 통제하지 않을까. 보호받거나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몸에 대한 통제권은 타인에 의해 예외상태에 놓이게 된다. 몸의 차이로 인한 이러한 불평등은 장애인을 성적 욕망을 실천하기 불가능한, 성적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부적합한 몸이라는 규범을 낳고 이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통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오랫동안 장애로 인한 움직임의 제약과 심리적인 위축감을 경험한 사람은 의사소통과 관계를 맺을 때의 어려움을 갖기도 하고 이는 성적 권리를 말하거나 성적 실천의 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9조 성에서의 차별금지 2항은 가족, 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성관계나 자위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도구마련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협소한 이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가족, 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이라는 제공의 주체가 명시된 부분은 장애인의 사회적 위치를 반증한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발달장애학생이 어떤 실수를 하였고, 비장애학생이 사과를 요청했는데 무시했다는 것이다. 사과하지 않은 발달장애학생을 비장애학생은 때렸고, 너도 한 대 때려 보라고 다른 친구들과 부추겼다. 그렇게 폭력상황이 벌어졌다. 함께 때리며 싸운 것이니 서로 잘못했고, 사과하지 않은 원인 제공을 한 발달장애학생도 문제라고 누군가는 지적했다. 그런데 왜 유독 발달장애인은 실수나 잘못, 피해를 경험할 때만 공적장소로 호명되는가? 왜 잘못을 저지를 때만 권리의 주체로 호명하는가? 대화와 생활을 주고받는 상호적 관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동료 시민의 관계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공동체에서 조금 다른 지원이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머물러야할 자리는 어디일까. 발달장애인의 성을 고민하려면 먼저 직면해야 하는 질문이다. 인구학적 수치로서 장애인등록률이나 예산과 서비스를 지원할 복지대상자가 아닌 공동체를 형성하는 동료로서의 위치말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이미 머물러야할 장소와 역할이 굳어진 곳이다. 시설 밖도 허락된 공적 공간은 협소하다. 시설 안팎 다 문제라는 양비론이 아니다. 시설 밖의 공적공간을 넓히려면 우선 시설이란 담장이 허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료가 되기 위해 발달장애인의 준비됨을 묻기 전에 나는 어떤 동료인지 먼저 질문해야 한다. 나는 어떤 동료로서 상대방과 나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고 있는가. 동료시민으로서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라는 과제 없이 동료시민이 되긴 어렵다. 동료가 되려면 사소한 것부터 평등할 수 있어야 한다. 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이 중요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만 강조되는 권리가 또 다른 차별임을 기억해야 한다.

 

 

_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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