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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통신]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람들은. - 박진(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2016.10.20 11:10 2641
작성자 공감지기



 

9시 뉴스를 보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믿을만해야 보지. 속는 셈 치고 몇 번 보다, 울화가 치밀어 채널을 돌려버린 경험이 몇 번 되자 으레 TV에서 뉴스를 하면 돌려버리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저주했던 종합편성채널 뉴스를 가끔 본다. ‘JTBC 뉴스룸’ 이것도 손석희 아저씨 안 나오면 끊게 되겠지. 너덧 명 재벌 상속자들이 신데렐라를 사랑하는 따위의 드라마는 손가락 오그라져서 못 보겠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 칭하는 시시껄렁한 신변잡기 떠드는 오락프로그램은 성에 안 찬다. 이제 바보상자는 더 이상 즐거움을 주지 못하게 되었다. 요리사들이 나오거나 집 고치는 프로그램같이 ‘정보’를 주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마흔 평생 친구였던 TV가 이렇게 시시해지다니…. 이것도 모두 이명박과 박근혜 때문이다. 만악의 근원이다.
 
책을 뒤적이기도 스마트폰 위에서 손가락 미끄럼질하기도 지겨운 어느 주말 오후 TV를 틀었다. ‘냉장고…’ 재방송을 볼까 그것도 아니면 홈쇼핑이나 구경할까? 그 지겨운 뉴스를 하고 있다. 곧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다. 한미연합사령관이 어떻고…자료 화면은 해상훈련 중인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군함이 바다에 떠 있는 장면이다.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다고 하더니, 그예 전쟁이라도 일으키는 거 아닌가. 설핏 비춘 전쟁 장면만으로도 오소소한 기운을 안고 리모컨을 잡고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상은 참 유쾌하다. 별것 없다. 교복 입고 오락하는 사람들, 아이 키우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야구 경기, 패션쇼…. 전쟁이 난다 하더라도, 지진이든 재난이든 참사든, 어떤 운명이 닥칠지라도 암시랑토 않는 세상이 소름 끼쳤다.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람들은.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는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는지, 이렇게 굴러가도 괜찮은지 물었다. 직장생활 하면서 틈만 나면 백남기 어르신이 계시는 서울대 병원에서 밤을 새우는 친구다. 광화문에도 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세상을 사는 친구는 아무래도 이 세상이 이해되지 않는다 말했다. 자기 주변 사람들은 백남기, 최순실, 정윤회, 우병우,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말했다. 그런 것에 관심 있는 자신을 한심하게 본다며…. 그런 사람들 생각하면 세상이 어떻게 돼도 상관없을 거 같다고도 말했다. 내 속 이야기를 퍼붓는 것 같아 전화를 끊고서도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헤맸다.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람들은.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수 동영상이 뉴스타파 보도 이후 잠시 화재가 되었다. 아주 잠시. 다른 여론이 돕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잠시 화재가 되었을 뿐이다. 직장 생활 오래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하는 짓이거든. 자신들도 돈만 있으면 룸싸롱이며 어디서든 하는 짓인데, 뭐 대단하겠어. 돈 있으면 당연하다 생각한 거겠지.” 남성 직장인 문화가 원래 그래서, 그렇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런 문화에서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평가며 확장해서 보면 ‘돈’으로 할 수 있는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죄’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에 부역하지 않은 사람 누가 있나, 죄 있는 자가 돌을 들어 쳐 보라 하는 친일반역자의 역사가 기시감으로 다가왔다.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람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당연한 이유는 정규직이 노력한 대가로 얻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던 학생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차별은 주어진 현실을 최선을 다해 살아낸 자신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만일 자신이 차별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것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이며, 그것에 대해 불평불만 하는 것은 못난 인간임을 증명하는 찌질함이라 표현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입 밖으로 내지만 않을 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짐작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불편부당한 세상이 용납될 리 없을 터다. ‘흙수저’ ‘금수저’를 이야기한들, 을에 대한 갑의 패권질을 규탄한들 꿈쩍도 않는 세상에 대해 탓하는 자신들의 초라함만을 확인할 뿐.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게 아닐까. 이렇게 각자도생해야하는 사회에서 ‘권력’의 부패는 오히려 부러운 ‘무엇’일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재난이나 참사, 전쟁은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네팔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전 세계에서 모인 지질학자들의 국제회의가 카투만두에서 있었다고 한다. 학자들은 네팔에 규모 7이상의 강진이 올 경우 수천 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말하며 그 이유는 ‘지진보다 네팔의 가옥구조로 인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예언처럼 이어진 지진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이유는 허술하게 지어진 주택이 과도하게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아 센은 이렇게 주장했다. ‘굶주림과 빈곤은 생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분배의 탓이다. 빈곤과 기아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을 민주주의라고 믿는다. 방글라데시나 1950년대의 중국, 아프리카의 대규모 기아사태는 민주주의 부재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고용노동부 페이스북에 올랐다가 비판을 받고 사라진 만화

 

 


 

최근 고용노동부 페이스북에 올랐다가 비판을 받고 사라진 내용의 만화다. ‘당신 월급이 텅 비는 이유는 당신이 커피를 마시고, 택시를 타며 옷과 구두를 욕심내기 때문이다.’는 말씀이다. 심지어 고용노동부에서. 고용의 불안과 경제의 위기 모두 당신 개인의 탓이지, 누구 탓도 아니라는 국가의 의중을 그대로 드러냈다. 비판이 일자 만화는 사라졌다. 기사에 따르면 [고용부 관계자는 14일 “페이스북을 담당하는 홍보대행사에서 직장인들의 얇아진 지갑을 소재로 연성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바로 내렸다”며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글쎄다. 국가의 본의와 의도가 그대로 담긴 콘텐츠가 아니었을까? 니들이 못사는 이유는 ‘재벌이 엄청난 사내유보금과 부동산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성과제와 해고로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다.’ 말할 수 있을까? 커피와 택시에 눈을 돌리고 1조 원에 육박하는 체불임금과 산재 은폐,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음을 감추고 싶은 게 아닐까? 이렇게 경제가 엉망인데, 소비조차 하지 않으면 나라 망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나라의 운영자들은 어찌하면 좋을꼬.
 
우리 사는 세상을 어찌하면 좋을꼬 싶다. 구중궁궐에서나 있을 법한, 어디 몇십년 뒤 야사로 그랬다 카더라…라는 부정부패 스캔들이 연일이다. ‘비선실세’가 어쩌고 하는 뉴스를 통치 내내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낯 뜨거운 정권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세상을 만든 이는 ‘비방과 폭로’에도 꿋꿋하기만 해서, 부끄러움조차 국민 몫이다. 문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체제를 버티게 하는 이들의 조합이다. 물대포 직사로 쓰러져 사망한 농민의 주검에 대해 ‘병사’라고 주장하는 의사가 있고 그걸 이유로 부검하겠다는 검찰과 경찰의 ‘공권력’이 있다. 가능하다는 법원이 있고, 이걸 논란이라고 받아쓰는 언론이 있다. 이러하니 생존이 능력이요, 살아남는 것은 지상과제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렇게 쓰고 보니, 다시 물을 수밖에…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람들은?
 
페이스북 친구 김*님, 중학교 1학년이다. 그이의 담백한 글이 종종 위로가 된다. 글 하나 소개하며 마칠까 한다.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묻는 질문에 그이가 답하고 있다. “믿어요. 당신을. 같이해요. 함께!”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것 저것 하다가 친구와 함께 수원역 백남기 농민 시민분향소에 다녀왔다. 서울에 꼭 다녀와야지 다녀와야지 했지만 가지 못해 마음이 참 무거웠는데 잠깐이라도 다녀오니 마음이 어느 정도는 가벼워졌다. 사진 속 환히 웃고 계신 얼굴을 보니 죄송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유가족분들을 생각하니 그 아픔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살아생전 백남기 할아버지께서는 지금과 다르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만들려 항상 노력하셨다고 한다. 이제 백남기 할아버지께서 만들려 하셨던 그 사회를 우리 모두가 함께 머리와 마음을 맞대며 만들어나가야 할 때인 것 같다. 오늘은 달이 참 밝게 빛난다. 함께 노력해나가는 모든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달 보다 더 밝게 기뻐하셨으면 좋겠다. 믿어요. 당신을 같이해요. 함께!
 
희망을 품은 사람이 있는데, 희망이 없다 할 수 없다. 희망은 너무 가까운 데 있어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꾸준히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람들은?’ 이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셈이다. 괜찮지 않기 때문이며, 괜찮아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최순실은? #그런데차은택은? #이대는뭐하는거임?

 

 

 

글_박진(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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